2025년 부활주일, 우리는 어느 해보다 무거운 시대적 짐을 안고 이 거룩한 절기를 맞이했다. 한국교회는 올해로 선교 140주년을 맞았고, 대한민국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대통령 탄핵과 다가오는 선거로 인해 심화된 이념 양극화, 반복되는 재난과 불안한 민심, 소외된 이웃의 절규, 흔들리는 교회의 공공성이라는 복합적 위기 앞에 서 있다.
이러한 때에 맞는 부활절은 역사 속 사건을 넘어 오늘을 바꾸는 살아 있는 능력이며, 교회가 세상 속에서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다.
올해 부활절 당일, 72개 교단이 함께 드린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울려 퍼진 “부활, 회복의 은혜! 새 역사 창조!”라는 외침은 단순한 표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과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부활의 능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세워야 한다는 영적 호소였다.
부활은 화해의 복음이다. 십자가와 부활로 유대인과 이방인을 하나 되게 하신 주님의 사랑은, 오늘날의 이념 갈등과 사회 분열을 향해 화해의 길을 제시한다. 교회는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진리 위에 굳게 서되, 사랑으로 말하는 공동체, 정치적 소란 속에서도 평화를 실천하는 지혜로운 중보자가 돼야 한다. 목회자는 분열을 극복하고 연합을 이끄는 시대의 제사장의 사명을 자각해야 할 때다.
부활은 또한 약자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선언이다. 반복되는 산불, 지반 붕괴, 각종 재난 앞에서 민심은 지치고 있다. 한국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이웃들 역시 교회의 관심과 섬김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들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한 사랑의 선언이며, 교회는 그 선언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그리고 부활은 교회를 다시 살리는 능력이다. 부활 신앙은 이 땅에서 정의와 평화, 생명과 회복을 실천하는 능동적 신앙이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분열을 넘어 연합하고, 절망을 넘어 희망을 전하며, 다음세대를 품는 ‘양육자’, 시대의 상처를 감싸는 ‘치유자’, 세상 속에서 진리를 외치는 ‘예언자’로 다시 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