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 대벌레, 동애등에, 물장군
유기물 분해하고 토양에 영양 공급
흔히 해충으로 오해받는 곤충 가운데는 유익한 곤충이 적지 않다.
2년 전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된 깔따구가 대표적이다. 이 곤충은 수(水)생태계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 깔따구 유충은 물속 유기물을 먹어 수질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수생태계의 중요한 분해자다.
당초 수질이 나쁜 4급수에 살고 있어 더럽고 비위생적인 곤충으로 인식됐지만, 사실 깔따구는 그곳의 유기물을 분해해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깔따구 유충은 4급수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깨끗한 1급수에서도 산다. 깔따구 성충은 모기처럼 생겨서 해충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모기와 입 구조가 전혀 달라 사람을 물 수 없다. 수돗물에 생긴 것은 문제지만, 이는 정수장 관리가 되지 않아 유충이 유입된 측면이 있다.
모기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억울한 곤충은 또 있다. 긴 다리를 가져 해외에서는 ‘두루미 벌레(crane fly)’라고 불리는 각다귀다. 각다귀는 애벌레일 때 물속의 유기물을 분해하고 성충이 돼서는 꽃꿀을 빨아서 식물의 수분을 돕는 익충이다. 하지만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데다 훨씬 커서 ‘왕모기’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 심지어 각다귀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의 것을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도 있을 정도다.
각다귀 유충이 많은 곳은 유기물이 많아 다소 더러울 수 있다. 하지만 각다귀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없다. 각다귀 역시 입이 뭉툭해 동물의 피를 빨 수 없는 구조다.
2020년 서울 은평구 등지에서 대거 출몰해 방제 대상이 됐던 대벌레도 산림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이다. 키 큰 나무의 나뭇잎을 먹어치워 ‘숲지붕(캐노피)’을 열고 작은 나무와 풀까지 빛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 배설물은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징그럽다고 난리였지만, 해외에서는 애완용 곤충으로 인기가 많다.
이 밖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동물사료로도 이용되는 동애등에, 외래종 황소개구리를 잡아먹는 물장군 등도 겉보기엔 파리나 바퀴벌레 같지만 인간에게 유익한 곤충이다. 이번에 경기 고양시와 서울 은평구 일대에서 발견된 러브버그(털파리) 역시 마찬가지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곤충의 정체를 면밀히 확인해 신종일 경우 새 이름을 붙일 예정이다.
물론 익충, 해충의 구분은 인간의 관점에 따른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목조건물에 해를 끼치는 흰개미도 생태계 전체로 보면 죽은 나무를 분해해 물질 순환을 돕는 곤충”이라며 “지구상에 사는 생물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