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과 탄핵 그리고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교회의 실망스런 모습,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이처럼 혼란스런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인가. ACT NOW(대표:김동일 목사)가 5월 1일 서울 우면동교회(정준경 목사)에서 제3회 전국대회를 열고, ‘탄핵 이후 한국교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 신약학 은퇴)는 앞선 질문에 대한 이유로 교회 안에 오로지 영혼 구원과 안녕만 추구하는 복음의 왜곡 문제를 지적하며,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개인적 삶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아 하나님 나라의 샬롬 실현에 이바지하려 노력해야 하고, 사회공동체 또는 국가의 구성원들로서 그 사회공동체나 국가의 정치 영역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가치들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답을 제시했다.
현 정치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복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길 촉구한 김 교수의 발표는 바울서신에 담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함의를 살피면서 바울의 가르침과 자세가 오늘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조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바울에 대해 “사단의 죄와 죽음의 통치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불의와 갈등과 고난을 극복하고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와 만인의 기쁨을 실현하고자 했다”라며, “그래서 바울 복음에는 고대사회의 모든 인종적·성적·사회계급적 차별과 그로 인한 억압과 착취구조를 타파하는, 그리하여 이 세상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들에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혁명적인 사상을 담고 있고 하나님 나라의 구원을 실재화 하는 힘이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이 당시 세상을 주도하던 로마제국의 통치에 저항해 그 사상들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려 시도하지는 않았던 자세의 배경으로는 근본적으로 그의 ‘임박한 종말론’ 사상과 더불어 당시 겨우 발아한 교회의 정치·사회적 역량에 대한 현실주의적 인식, 그리고 로마제국이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실현한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봤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당시 시대와는 다른 종말론적, 정치·사회적, 교회적 상황에서 사는 만큼 바울의 로마제국에 대한 태도를 그저 피상적으로 모방하고 말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또는 세상의 실상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더욱 예리하게 비판하고, 하나님 나라의 군대로서 사탄의 나라의 불의와 갈등과 고난에 맞서 바울보다 더 포괄적·공개적·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와 기쁨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김 교수는 “교회가 단순히 구령 사업으로서의 선교 또는 우리 개개 그리스도인들의 성화만을 위한 것으로 한정 지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그들도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 하나님의 통치를 받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 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들을 실현해 가도록 부름 받은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해당 영역들에서 거짓과 불의, 억압, 증오, 갈등, 방탕으로 조장하는 사탄의 통치를 몰아내고, 진실과 사랑, 자유, 정의, 평화, 건강, 행복이 꽃피는 사회, 국가, 세계를 만들어가야 함을 당부했다. 그야말로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주기도문을 삶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자세라는 것이다.
발제에 이어 ‘탈기독교 시대의 미래 목회 전략’을 특강한 정재영 교수도 이러한 제언에 힘을 보탰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교회 중심 신앙(churchianity)을 꼬집으며 신앙과 삶의 일치를 역설한 그는 “사사화된 신앙을 극복하고 이 땅이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따라 작동하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하나님의 통치가 이뤄지도록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선교적 삶을 살길” 요청했다.
정 교수는 나아가 교회의 공적인 책임을 구하면서도 “사회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갖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여기서도 사사로운 이해관계나 교회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의 공평성과 공공선에 기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