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정체된 전선을 타개하기 위한 ‘봄철 대반격’을 곧 시작할 것이라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 밝혔습니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언론 편집장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대반격을) 매우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반격 개시 시점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여러분 모두 명확히 알게 될 것”이라며, 머지 않았음을 암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 상대 승리 자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반격을 진행해, 지난해 2월 24일 시작된 이번 전쟁 전체를 승리로 이끌 것을 자신했습니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3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이 제시한 평화안을 사실상 거부했다고 이탈리아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이날 회동에 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범죄를 규탄해달라고 (교황에게) 요청했다”면서 “피해자와 침략자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30일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때가 되면 이에 대해 밝히겠다”고 수행기자단에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13일) 교황이 제시한 전쟁 종식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대반격을 통한 전쟁 승리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독일 27억 유로 무기 추가 제공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 일정을 마치고 독일로 이동해 14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회담했습니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를 위해 지속적인 공조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독일 국방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27억 유로(미화 약 29억 3천만 달러) 규모 무기 패키지를 추가 지원한다고 전날(13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수 원조 전체 규모인 27억5천만 유로(약 29억 8천만 달러)에 맞먹는 액수입니다.
이번 추가 지원 패키지에는 레오파르트1 탱크 30대, 마르더 장갑차 20대, 아이리스-T 대공방위시스템 4기 등이 포함됐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 대통령 관저인 벨뷰궁 방명록에 “우크라이나 현대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독일은 우리의 진정한 친구이자 믿을 수 있는 동맹임을 입증했다”고 썼습니다.
■ ‘옛 전범국’ 입장 변화
독일은 이번 전쟁 초기에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제공을 주저했습니다.
나치 정권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였던 이력과 함께, 최근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비교적 좋게 유지해온 러시아와의 관계 등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1년을 넘겨 장기화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기조를 바꿨습니다.
주력탱크인 레오파르트2를 비롯해 현대식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 최대 방위산업체 가운데 하나인 독일 ‘라인메탈’이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우크로보론프롬’과 탱크 생산과 정비·보수를 위한 합동벤처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독일 방문에서, 유럽 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샤를마뉴상’을 받았습니다.
■ 러시아 본토 전투기·헬기 등 4대 추락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반격’ 승리 의지를 강조한 13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러시아 본토 내에서 러시아군 전투기와 군용 헬리콥터 총 4대가 연이어 추락했습니다.
타스통신과 RT 등 러시아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 국경에서 약 60km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주 클린치에서 러시아군 수호이(Su)-35, Su-34 전투기 각 1대와 Mi-8 헬기 2대가 비행 도중 폭발한 뒤 지상에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연이은 사건으로 조종사들을 포함한 러시아군 탑승자 총 9명이 숨진 것으로 현지 언론이 파악했습니다.
또한 지상에 있던 현지 주민 여성 1명이 다치고 주택 5채가 손상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추락 사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타스통신은 ‘불의의 사고’였다며, 엔진 화재가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기술적 결함에 의한 추락으로 잠정 결론냈습니다.
러시아 공중우주군 사령부는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인력을 파견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공격 가능성
하지만 각기 기종이 다른 전투기와 헬기 4대에 한날 동시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에는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4대 모두 추락 직전 미사일에 맞았다는 동유럽 매체 보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해당 항공기들을 격추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서방에서 인수한 무기로 러시아 전투기·헬기를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당 사건들에 관해 해설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추락 사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군 항공 전력의 최대 손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군 고위 당국자는 14일 VOA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군 소속 특수전 병력을 지속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러시아군 항공기를 격추시킨 것이 맞다면,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스팅어를 꾸준히 공급해왔습니다.
■ “러 영토 공격할 시간 없어”
하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즉각 우크라이나의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숄츠 총리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건들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대반격을 준비하면서 합법적인 우리 영토를 해방시키고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시간도 없고 역량도 없으며, 여분의 무기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사건 당일(13일) “오늘 러시아인들이 매우 화났다”고 페이스북에 적었습니다.
이번 추락 사건들은 러시아 본토 남서부 곳곳과 우크라이나 내부의 러시아 점령지에서 사보타주(비밀·고의 파괴 공작) 사건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어났습니다.
지난 12일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루한시크 주의 산업단지와 연료 저장고가 공격받았습니다.
현지 친러시아 행정당국은 당시 사건 직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톰 섀도’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 공격에 이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조만간 ‘대반격’을 개시할 것으로 예고한 상황에서,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군 기반 시설을 교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미군 고위 정보 당국자는 지난 12일 VOA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여건조성작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건조성작전(shaping operations)’은 계획한 군사행동을 감행하기 전에, 목표 달성 확률을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가리킵니다.
야전에서는 주로 적의 포병전력과 기갑역량을 사전에 훼손하고, 무기고와 지휘소를 교란시키는 활동이 포함되는 표준 전술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