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압박이 고조되는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증원 병력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2일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이번에 파견된 증원 병력의 임무에 관해, 철수하는 본진을 엄호하는 것인지, 바흐무트 지역 방어를 이어나가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바흐무트에 증원 병력을 배치했다고 지난달 28일 현지 TV에 밝힌 바 있으나, 병력 규모와 파견 목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며칠 새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크에서 퇴각할 수 있다는 당국자 발언이 잇따르는 중입니다.
■ 바흐무트 퇴각론 확대
알렉산드르 로드냔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경제 고문은 지난달 28일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포위하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은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선택지’에 무엇이 들어가는지에 관해 “필요하다면 전략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철수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군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세르히 라흐마니 의원은 “우리가 조만간 바흐무트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1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밝히고 “그 모든 비용을 치르고 그 곳을 사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에서 몇달 째 고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은 최근 이곳 3면을 포위한 상태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영상 연설에서 바흐무트 상황이 극도로 어렵다면서, “여전히 바흐무트 전투가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말했습니다.
■ 바그너 그룹 “우크라이나군 철수 징후 없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1일,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징후가 없다고 소셜미디어 음성 메시지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측이 실제로 바흐무트에서 전략적인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러시아 측에 역정보를 흘려 틈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러시아군과 바그너 그룹이 대규모 병력을 바흐무트에 집중한 상황은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병력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러시아군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미군 고위 정보 관계자가 2일 VOA와의 통화에서 설명했습니다.
■ 진흙탕 된 땅이 변수
이런 가운데, 양측이 대치 상태를 장기화하면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할 가능성도 전망됩니다.
3월에 접어들면서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바흐무트 일대를 비롯한 곳곳의 지면이 진창으로 바뀌어 궤도차량은 물론, 야포 등 장비와 병력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가 강으로 변하고, 들판이 습지로 바뀌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베즈도리자(러시아어: 라스푸티차)’로 부르는 이같은 현상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1941년 아돌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을 좌절시킨 요인이 됐습니다.
현재 이같은 상황은 러시아 측의 진군을 막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수행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