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의원은 구속중에도 月 1300만 원’…‘수당 방어’엔 여야 합심|동아일보


구속 수감 중인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10개월이 넘는 구속 기간 동안 매월 평균 1300만 원이 넘는 세비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앞서 구속됐던 이상직 정정순 전 의원 역시 의원직 상실 전까지 구속 상태에서 세비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 등과 달리 국회의원은 구속 중에도 각종 수당이 삭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 ‘국회의원은 구속 중에도 月 1300만 원’

2일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정 의원은 구속 중에도 다른 의원들 마찬가지로 월 690만여 원의 일반수당, 월 313만여 원의 입법활동비 등을 받았다. 또 차량유지비와 차량유류비도 매달 145만8000원을 수령했다.

정 의원은 용인시장 재직 시절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제3자를 통해 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21년 10월 구속된 뒤 지난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지난해 9월 1심 선고로 다시 법정 구속된 상태다.

구속 중인 정 의원은 수감 기간 대표발의 법안이 3건에 그치는 등 입법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로,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 의원이 다른 의원들에 비해 적게 받는 수당은 특별활동비뿐이다. 회기 1일당 3만1360원이 지급되는 특별활동비는 본회의, 상임위 등에 결석할 때마다 1일 치가 삭감된다.

국회 관계자는 “이 특별활동비를 제외하면 다른 수당은 구속 여부와 상관 없이 동일하게 지급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정액급식비, 정근수당, 명절활동비를 받았다. 이를 모두 합하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총 1억6235만여 원이다. 매월 평균 1352만여 원을 받은 셈이다. 차량 지원비를 관리하는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차량 지원비는 반납 의사를 밝히면 국고 환수도 가능하지만 정 의원 측의 반납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이 전 의원과 정 전 의원도 각각 10개월, 5개월에 달하는 구속 기간 동안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세비를 받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이들 역시 구속 기간 차량 지원비를 받았다. 국회는 “강제로 환수할 방도는 없고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 與野 ‘수당 방어’에는 합심

구속 중에도 세비를 동일하게 받는 국회의원과 달리 시장, 군수 등 지자체장과 공무원들은 ‘지방공무원 보수규정’, ‘공무원 보수규정’ 등에 따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 봉급이 삭감된다. 지자체장은 구속되면 월 보수의 60%가 삭감되고 4개월째부터는 80%까지 줄어든다. 공무원은 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직위 해제된 경우 봉급의 절반만 지급되고, 3개월이 지나면 70%가 줄어든다.

국회에서도 이런 특권 논란을 의식해 구속 시 세비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서범수 이종배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김남국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국회 운영위원회는 2020년 11월 소위에서 해당 개정안을 처음 보고받은 당시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추가 논의도 없었다.

구속으로 의정 활동이 불가능한 만큼 수당 지급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세비는 국민 대표자로서 활동하면 주는 것이니 구속되는 순간 집행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했다.

다만 무죄 추정의 원칙과 국회의원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구속 시 입법 활동 지원 수당인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 정도만 지급하지 않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구속 시 수당을 환수하고, 무죄를 받으면 이자까지 포함해 재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정상적인 의정 활동 내에서 세비 항목이 측정되는 것이니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는 지급하지 않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며 “무죄 시엔 활동 못 한 부분에 대해 형사 보상 등으로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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