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띄워서 유속 체크” 철인 3종 참가자 익사…주최 측 2심서 ‘감형’|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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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에서 유속을 파악하지 않은 채 경기를 강행해 참가자를 숨지게 한 협회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1심에서는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최은주)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한철인3종협회 전 사무처장 A씨(61)와 사무처 부장 B씨(51)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9년 9월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의 안전관리 책임자로 경기 당일 유속이 규정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대회를 강행해 30대 참가자 C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대회는 대한철인3종협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공동 주최했다. 철인3종은 수영과 사이클, 달리기 등 3가지 종목을 연이어 치르는 경기다.

철인3종경기 국제연맹 규정에 따르면 수영 경기 시 유속이 0.5㎧ 이상일 때(흐르는 물 역방향), 유속이 1㎧ 이상일 때(흐르는 물 방향) 경기 취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오전 7시쯤 나뭇잎을 띄우는 방법으로만 유속을 체크하고 경기 진행 여부도 담당자들과 논의하지 않고 수영 경기를 강행했다.

곧 경기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빠른 유속으로 인해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반환점 부근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엉켰다. 일부 참가자들은 물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쳤고 밧줄을 붙잡고 매달려 있거나 월드컵 대교 교각 아래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결국 오전 7시49분 C씨는 빠른 유속으로 인해 물속에서 행방불명됐다. 실종된 C씨는 이틀 만에 월드컵 대교 인근 수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1심에서 안전한 진행을 위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으며 C씨가 심장돌연사로 사망한 것일 뿐 사망과 과실 사이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측정된 한강대교 역방향 유속은 0.54㎧ 이상이고 부검 결과 허파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돼 익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B씨는 대회가 종료될 때까지 C씨의 실종 사실을 몰랐고 C씨가 적절한 조치를 받았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들에게 각각 금고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원심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유속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참가자 수를 수기로 세지 않는 등 과실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C씨가 위험을 감수하고 참석한 점 △유족과 합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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