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근 3개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 보고… '연료성 유류' 없는 셈


중국이 최근 3개월 간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지만 이번에도 윤활유 등 비연료 제품만 포함됐습니다. 북한에 연료성 유류가 반입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치는 전혀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정부가 17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2월에 3만7천445배럴, 약 4천495.24t, 올해 1월과 2월엔 각각 4천877배럴(585.56t)과 2천99배럴(252.05t)의 정제유를 북한에 공급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중국이 이번에 제출한 공급량은 이미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월 순차적으로 보고돼야 했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한 정제유 공급량과 중국 해관총서에 표기된 대북 비연료 제품 수출량의 합산치가 매월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을 톤(t) 단위로 보고하면서 구체적인 제품 내역은 알리지 않고 있다.

안보리 보고된 정제유 공급량 중국의 비연료 제품 대북 수출량
(해관총서 자료)
2023/12

4,495.24t

4,495.238t
윤활유 62,240kg
윤활 그리스 3,600kg
윤활유용 기유 281,244kg
기타 역청유 140kg
석유젤리 12,705kg
파라핀 2,000kg
석유역청4,133,309kg
2024/1

585.56t

585.559t
윤활유 156,099kg
윤활 그리스 17,461kg
윤활유용 기유 298,056kg
석유젤리 8,415kg
석유역청105,528kg

2024/2 252.05t 252.048t
윤활유 32,688kg
윤활 그리스 13,440kg
윤활유용 기유 205,920kg

‘늑장’ 보고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정제유 공급량 보고가 이번에도 허점투성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이 안보리에 보고한 대북 정제유 공급량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중국이 매월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석유역청과 바셀린 등을 합친 수치가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된 숫자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스팔트(석유역청)와 비연료성 제품인 윤활유와 윤활유용 기유 등이 ‘정제유’로 보고되면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끊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입니다.


중국 북동부 지린의 정유시설. (자료사진)

실제로 중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2월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수치를 VOA가 확인한 결과 중국은 이번에도 비연료 유류 제품의 합산치를 안보리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12월 석유역청 4천133t과 윤활유용 기유 281t, 윤활유 62t, 석유젤리 12t 등 총 4천495.238t 에 달하는 제품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안보리에 12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한 4천495.24t과 소수점 두번째 자리만 다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해관총서에 실린 올해 1월과 2월의 북중 무역 세부자료를 살펴보면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유류 관련 제품은 석유역청과 윤활유 등 비연료 제품 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비연료 제품만을 북한에 수출했다고 해서 연료성 유류가 유입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에 보고되는 유류 공급량에는 애초에 밀수 등 불법적인 방식의 대북 유류 반입량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촬영된 남포 유류 항구의 모습. 사진=Planet Labs


지난해 9월 촬영된 남포 유류 항구의 모습. 사진=Planet Labs

앞서 VOA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지난해 1년 치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서 51척의 유조선이 포착됐다고 전했습니다.

남포 유류 하역 시설은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의 불법 유류 활동 현장으로 지목한 곳 중 하나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경로를 거친 유류가 북한 선적 혹은 제3국 유조선에 실려 이곳에 하역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남포를 드나든 유조선 51척에는 최소 51만에서 최대 153만 배럴의 정제유가 실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의 연간 수입 한도를 최대 3배나 넘겼을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답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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