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흐무트 함락 확인 "해방작전 완수 축하"…젤렌스키 적극 부인 "우크라이나군 남아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20일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방부가 선언했습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음날(21일) 바흐무트 함락을 인정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곧바로 부인하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특별 성명을 통해 “바그너 그룹(용병업체)의 공격 작전과 러시아(정규)군의 포병·항공 지원으로 아르툐몹스크 해방을 완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르툐몹스크는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가의 이름을 따서 바흐무트 일대를 가리키는 지명입니다.

같은날(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그너 공격 부대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해방 작전을 완수한 것을 확인하고 축하했다”고 크렘린궁이 별도로 발표했습니다.

10개월여 동안 러시아 편에서 바흐무트 전투를 주도해온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는 전날(19일) 바흐무트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내용을 러시아 국방부와 크렘린궁이 20일 공식 확인하고 발표한 것입니다.

■ “젤렌스키 사실상 인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음날(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러시아가 바흐무트의 모든 것을 파괴했고, 그곳엔 남아 있는 것이 없다”면서 “오늘은 일단 바흐무트가 우리 마음속에 남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같은 발언과 함께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흐무트 함락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세르히 니키포로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이 바흐무트 함락을 부인한 것”이라며, 보도 내용을 바로 잡는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바흐무트가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냐, 러시아가 장악했다고 하는데’라는 취재진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닌 것 같다(I think no)”고 답했는데, 이 답변은 함락을 부인하는 의미였다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수중에 있냐’는 앞선 질문에 ‘아닌 것 같다’고 답한 게 아니라고 정리한 것입니다.

이에 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21일) 성명을 내고 바흐무트 함락을 공식 부인했습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성명에서 “우리 군이 바흐무트 측면을 따라 도시를 부분적으로 포위했으며 도시 일부를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발언 정정 “우크라이나군 남아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진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21일) 히로시마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 남아있다”고 강조하고 “러시아에 함락된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바흐무트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지 않다”고 명확하게 발언하면서 “이 말에 두세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소도시로서, 이번 전쟁의 핵심 요충지로 꼽혀 왔습니다.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은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바흐무트에 대규모 병력과 화력을 투입해 공세를 계속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사수 의지를 굽히지 않으며 방어 작전을 진행해왔고, 양측의 소모전이 계속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주와 루한시크주

■ 젤렌스키 “승리 위해 G7과 협력”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20일) 히로시마에 도착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에 동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G7정상회의 참가 목적에 관해 “우리의 (대러시아 전쟁) 승리를 위한 협력 확대와 안보”라고 이날(20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히로시마 도착 직후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G7 정상들 외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참관국 정상과도 만나 대러시아 항전에 지속적인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와 나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낙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영국이 최근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전투기 지원 연합체’에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미국이 주요 국가들의 F-16 전투기 재수출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전투기를 지원하는 사업 본격화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F-16 지원에 선을 그어 온 미국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조종 훈련을 돕겠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요구해온 현대식 전투기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입니다.

미국은 F-16 전투기 등의 조종 기술 습득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에 관해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을 데려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앞서 보도된 바 있습니다.

■ 바이든, 3억7천500만 달러 추가 지원 발표

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 대통령은 21일 히로시마 현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우크라이나를 위한 3억 7천 500만 달러 규모 추가 군수 지원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내용에 관해 “우크라이나의 전장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탄약과 장갑차가 포함된 패키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에 참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환담하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에 참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환담하고 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꾸준한 군수 지원 등에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21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트위터에 적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지원이 37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전투기 지원 협력체’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임을 이날 회담에서 언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일정 동참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체의 물줄기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 외에, 인도를 비롯한 거대 신흥국들이 울타리 밖으로 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할 기회를 가진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중립’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이미 지정학적으로 이번 전쟁에서 졌다’고 선언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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