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돌려차기’ 재판부 “피해자 청바지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동아일보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쳐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쳐

지난해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쫓아 가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가 당시 피해자의 청바지가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네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 청바지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A 씨의 성범죄 여부를 밝히기 위해 피해자 의류에 대한 추가 DNA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사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과 피해자의 언니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입었던 청바지는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실에 전달됐다가 바지의 형태나 구조, 입고 벗는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법원으로 반환됐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A 씨 변호인을 비롯해 피해자, 피해자 변호인 등과 함께 청바지를 직접 검증했다.

이 청바지는 다리를 넣고 지퍼를 올린 다음에 벨트 역할을 하는 끈을 왼쪽으로 젖힌 뒤 금속 재질의 단추 2개로 잠그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허리가 가늘어서 허리에 딱 맞는 바지를 샀다”며 “이 바지는 밑위가 굉장히 길다. 배꼽을 가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 부장판사는 30분에 가까운 검증 끝에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다. 검증 조서에 기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청바지 검증에 앞서 재판부가 사건 당시 이 바지에 대해 묻자 “사진으로만 봤고, 사건 당시 청바지인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재판부의 검증 내내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한 사건 당시 출동 경찰관은 “피해자의 바지 지퍼가 절반 이상 내려간 상태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또 최근 A 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동료에게 ‘출소하면 피해자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보복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양형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관련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며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이달 31일 오후 5시로 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일에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새벽 귀가하던 B 씨를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A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 씨의 뒤로 몰래 다가가 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B 씨가 정신을 잃자 A 씨는 그를 어깨에 둘러메고 CCTV 사각지대로 이동했고, 약 7분 뒤 홀로 오피스텔을 빠져나갔다. B 씨와 검찰은 이 시간 동안 A 씨가 성폭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 씨는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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