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푸틴 군사력 과시 관심 줄 필요없어" 유럽의 날 연설…우크라이나 EU 공식 회원국 준비 '긍정적'


9일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진짜 전쟁’을 거론하며 힘을 과시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관심을 줄 필요가 없다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말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진행된 ‘유럽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이 병력과 탱크, 미사일을 행진(모스크바 열병식)시켰다”고 운을 뗀 뒤 “그런 군사력 과시에 고개 까딱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굳건한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럽의 날(Europe Day)’은 유럽연합(EU) 설립의 기초가 된 1950년 프랑스 선언에 맞춘 날입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또한 “우리는 더욱 확대되고 개혁된 EU가 필요하다”며, EU의 체질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은 미래를 향해야 하고, 전 세계를 향해야 한다”고 밝히고 “유럽은 다른 국가나 지역의 위나 아래에 있지 않고 그들의 옆에 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21세기 세상은 다극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진짜 전쟁 벌어지고 있다”

같은 날(9일)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전승절’ 기념식과 열병식을 주관했습니다.

러시아에서 해마다 5월 9일에 기념하는 ‘전승절(День Победы·Den Pobedy·승리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을 상대로 승리한 날에 맞춘 국경일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조국을 상대로 진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문명이 결정적인 전환점에 섰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소련 국민들이 나치 독일에 대한 승리에서 했던 역할을 기억한다”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들은 누가 나치를 물리쳤는지 잊어버렸다”면서 “서방 엘리트들이 러시아에 대한 증오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 우크라이나도 ‘유럽의 날’ 기념

한편, 러시아와 함께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는 2차대전 기념일을 5월 9일에서 8일로 변경하고, 9일은 ‘유럽의 날’로 기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을 규정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5월 8일을 2차대전 기념일로 지정하는 법규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러시아와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5월 9일을 ‘유럽의 날’로 지키려는 것은 EU에 더 가까이 가려는 의도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해설했습니다.

■ 젤렌스키 “EU 가입 긍정적 평가 기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9일 ‘유럽의 날’을 맞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연대를 재확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회동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6월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절차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직후 EU에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27개 EU 회원국들은 같은해 6월 벨기에 브뤼셀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 회원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습니다.

■ 공식회원국 심사·협상

EU 후보국이 된 뒤에는 공식 회원국이 되기 위한 심사와 협상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까다로운 가입 요건을 따집니다.

자유시장 체제, 인권, 법치주의가 일정 기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9일 “우크라이나 의회가 EU 합류 협상 개시를 위한 7단계 개혁 조치 관련 입법에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 탄약 지원·대러 추가 제재 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를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사수하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신속한 탄약 지원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이에 관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상당량의 탄약이 이미 전달됐거나 전달 중이지만, 더 많은 조치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호응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오늘 회동에서 방위와 통합,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관련 결정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소개하고 “조만간 러시아에 대한 11차 제재 패키지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대러시아 11차 제재 패키지가 기존 제재 우회에 대응하는 추가 조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재 우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일부 물품의 3국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설명했습니다.

■ 미국, 12억 달러 규모 추가 군수 지원

이날(9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2억달러 규모의 추가 군수 지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원 패키지에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무인항공기(드론) 공격 방어에 효과적인 방공체계와 관련 물자 외에도 기존 우크라이나 방공 장비에 서구 시스템을 결합한 설비들이 포함됐습니다.

기존 우크라이나 장비들은 대부분 옛 소련식입니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군 포병 주력인 155mm 곡사포 탄약과 드론 격추용 대잠수함 시스템 탄약, 위성 이미지와 같은 정보 수집과 함께 관련 군사 훈련 지원 예산 등이 들어갑니다.

“이번 패키지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이니셔티브(USAI)에 따라 제공되고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해당 물자와 서비스들이 우크라이나가 예고한 ‘봄철 대반격’에 사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미 국방부 재고에서 여분의 무기를 양도하는 대통령인출권한(PDA)과 달리, USAI는 물품을 새로 구매해 제공하는 방식이라서, 재원 마련과 집행에 이르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376억 달러 넘는 안보 지원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원액은 369억 달러가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파트너로부터 또 하나 좋은 소식이 왔다”면서 미국의 추가 군수 지원 패키지에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함께 새로운 승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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