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119에 최초 신고된 내용 중 일부다. 해당 신고 내용엔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아일보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1일 119 최초 신고 녹취록을 입수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경 휴대전화를 통해 사고 신고를 한 신고자는 119 신고 접수자에게 “사람이 압사 당하게 생겼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이 다 껴가지고 다 보내셔야 할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라며 절박한 심경을 전했다.
접수자가 “어디쯤이냐”, “가게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하자 신고자는 인근 상호명을 말하며 다시 한번 “사람이 압사 당하게 생겼다. 농담이 아니라 경찰이건 소방이건 보내주셔서 통제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끊겠다”고 했다.
접수자가 다시 “다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신고자는 “그렇다. 많이 다쳤을 거다. 여러 명이 있을 거다. 엄청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접수자는 다시 “정확하게 설명해달라. 그런 식으로 말고 설명을 좀 더 해달라”고 하자 신고자는 “어떻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부상자가 여기 길거리에 널린 게 부상자인데 내 일행이 아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이후 접수자는 “전화 끊겠다. 일단 나가서 확인하겠다”고 말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첫 신고가 접수된 지 2분이 지난 10시 17분 소방당국은 사건 현장에서 약 2㎞ 떨어진 용산소방서에 출동을 지시했고, 이들은 10시 19분 사고 현장 근처에 도착했다. 소방에 따르면 최초 신고 접수를 포함해 총 100건의 관련 신고가 이날 119에 접수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