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에서 17일 폭발이 발생해 통행이 중단됐습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보안기관의 공격으로 파악됩니다.
러시아 국가대테러위원회는 이날 오전 3시 5분께 우크라이나군 무인항공기(UAV·드론) 2대가 크름대교를 공격해 다리 일부가 손상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 신원을 특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크름)자치공화국 수반은 이날 “크림반도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의 145번째 기둥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교통부 등 담당 기관과 소통하며 상황 복구를 위한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으로 무슨 상황이 어떤 배경에서 발생했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비난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크림(크름)대교 공격은 우크라이나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테러리스트 정권이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정치인과 합작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사건 직후, 이같은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의회 방송 인터뷰에서 “크름반도를 점령한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도발을 덮는 전형적인 방법”이라며 크름대교 폭발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해군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크름대교 폭파 사건의 배후에 있으며, 수중 은폐가 가능한 드론을 사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도 이같은 발언을 확인해 전하고 있습니다.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러시아가 지난 2014년 불법 병합한 곳입니다.
◼︎ 양방향 차량 통행 중단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고로 크름대교를 건너던 차량에 탑승한 성인 2명이 사망하고 동승객인 어린이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현재 양방향 차량 통행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크름대교를 통과하는 선박은 이날 오전 10시 이후 정상 운행되고 있습니다.
크름대교를 이용하는 철도 선로도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열차 운행이 일부 재개됐습니다. 러시아 교통부는 상판 일부만 손상됐으며 교량을 떠받치는 기둥은 모두 양호하다고 밝혔습니다.
크름대교는 크름반도 동부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를 잇는 대형 교량입니다. 왕복 4차선 도로에 길이 19km로 유럽에서 가장 깁니다.
러시아는 이 다리를 36억달러를 들여 건설했고, 2018년 개통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건너기도 했습니다.
크름반도는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각종 전략 물자가 오가는 핵심 보급 기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크름대교는 전쟁 발발 약 8개월 만인 작년 10월, 화물차량이 폭파돼 교량 일부가 불에 타 붕괴된 바 있습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주도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폭발 사고 몇달 뒤 자국 소행임을 인정하면서도, 크름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폭발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점령지를 되찾기 위한 ‘대반격’을 진행 중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빼앗긴 영토 뿐 아니라, 2014년에 병합된 크름반도 역시 탈환 목표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