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제43돌을 맞아 광주지역 교계에서 역사의 진실을 다시 마주하고, 모든 상처가 복음으로 치유되기를 기원하는 행사들을 마련했다.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권점용 목사)를 비롯한 광주전남지역 13개 기독단체들은 5월 18일 광주한빛교회(허정강 목사)에서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예배를 열었다.
설교자로 나선 염승철 목사(남녘교회)는 ‘다시 어둠을 넘어 빛으로’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어둠의 세력은 잠시 승리할 수 있지만 결국 패망하고 만다. 악한 자들은 풀과 같지만, 의로운 사람들은 나무와 같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5·18정신의 계승과 헌법전문 수록, 대일굴욕외교 규탄과 방사능 방출 규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한 특별기도가 이어졌다. 예배 후에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실체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광주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정동석 국장의 강연이 있었으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한 후원금 전달식도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3·1운동 당시 1.5%에 불과한 그리스도인들이 일제 식민지 탄압의 거대한 파도에 맞서 민족의 운명을 선도했던 것처럼,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섭리를 믿고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진정한 공평과 정의를 이 땅에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기독병원(병원장:최용수)은 5월 15일 병원 제중홀에서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오월포럼’을 개최했다. ‘5·18민주화운동과 그리스도인’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1980년 5월 당시 신앙 양심으로 생명과 정의를 지킨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을 조명했다.
조기선 CBS선임기자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광주서남교회 안영로 원로목사, 김연자 전 광주기독병원 간호부장, 마르타 헌틀리 전 미국남장로교 선교사 등 5·18 민주화운동에 함께 했던 증인들이 강연자로 나서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생생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안영로 원로목사는 ‘1980년 오월과 하나님의 위로’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고 문영동 전도사를 비롯해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소개했다. 안 목사는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치료하는 사명을 계속해서 감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자”고 강조했다.
5·18 당시 간호사로서 계엄군에 의해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돌보았던 김연자 부장은 ‘그날의 생명 나눔’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당시의 급박하고 안타까웠던 상황들을 증언했다.
특히 김 부장은 헌혈을 위해 병원을 찾아왔던 여고생 박금희 학생이 귀가하던 중 계엄군의 총격을 받고 시신으로 돌아온 실화를 소개하면서 “생명을 나눠준 모든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 민족,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르타 헌틀리 선교사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남편 찰스 헌틀리(한국명 허철선) 선교사 그리고 딸 제니퍼와 함께 광주에서 사역하던 중에 목격했던 5·18의 참상을 고발했다.
헌틀리 선교사는 자신의 집안에 피신하는 시민들을 숨겨주고, 당시 상황을 문서와 사진기록으로 남겨 사태의 진상을 밝히게 된 과정들을 설명하며 “우리가 하나님께 그리고 서로에게 가장 충실할 때, 하나님께서는 가장 악한 상황 속에서도 선을 이루신다”고 간증했다.
광주기독병원은 포럼과 함께 5·18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장면들과 시민들을 돌보기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한 의료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및 헌혈행사도 함께 개최했다. 사진전은 최용수 원장은 “고난당하는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위로를 경험하고, 생명 나눔과 이웃사랑 정신을 계승하자는 뜻으로 기념행사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실로암사람들(대표:김용목 목사)는 5월 17일부터 18일까지 장애인 청년들이 5·18 자유공원을 시작으로 국군통합병원, 505보안부대,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등 5·18사적지들을 탐방하는 ‘장애청년, 5월의 진실로’ 행사를 열었다.
5·18민중항쟁기념 장애인부문 행사로 마련된 이번 탐방을 통해 장애청년들은 자유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고, 바르고 의로운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기회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