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최근 베이징 주재 각국 외교 공관과 국제기구 대표 시설에 공문을 보내 ‘우크라이나 지지 게시물을 제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현지 일본 대사관이 교도통신에 알려 지난 16일 처음 보도된 가운데,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8일 “그런 일이 있었다”고 확인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그 배경에 관해 “각국 대사관과 국제기구 대표기관들이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 또는 관련 국제협정을 준수하여 직무를 수행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이징 시내 주요 외교 공관과 국제기구 등 대표 시설 가운데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WeStandWithUkraine)’와 같은 문구를 외벽에 게시한 곳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어로 같은 취지 구호를 적어놓은 곳들도 있습니다.
폴란드와 캐나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독일과 영국은 공관 단지 내 국기 게양대에 자국 국기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나란히 올리고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중입니다.
■ ‘특사 중재 외교’ 취지 의심
이같은 행위를 금지한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친러시아’ 활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일부 유럽 매체들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평화 협상을 이끌어 내겠다는 ‘중재 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선 취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중국 정부 특사를 맡은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는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친 상태입니다.
리 대표의 방문에 관해 18일 우크라이나와 중국 측이 각각 내놓은 발표문에는 관점과 온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드미트로 쿨레바 장관이 리 대표에게 “영토를 잃거나, 전황을 지금대로 동결하는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는 어떠한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전황을 동결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지역을 상당부분 차지한 러시아의 점령지 확보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영토 문제에 관한 작은 언급 조차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러시아 시각 반영’ 발표문
중국 외교부는 ‘4가지 당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하는 중국의 기본원칙이라고 리 대표가 쿨레바 장관에게 강조했다고 이날(18일) 밝혔습니다.
중국이 내세운 4가지 당위는 첫째 ‘유엔 헌장 취지·원칙 준수’, 둘째 ‘모든 국가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셋째 ‘우크라이나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모든 노력 지지’, 넷째 ‘흑해 곡물 협정 이행 보장 등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 확립’ 입니다.
두번째 항목에 있는 ‘모든 국가의 합리적 안보 우려’라는 표현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을 비판할 때마다 쓰는 말입니다.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 바 있습니다.
당시 공동 성명에서 두 정상은 “어떤 국가나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기타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인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폴란드·독일·프랑스·러시아 방문
또한 중국 외교부는 리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 기간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고 18일 발표했으나, 우크라이나 외무부와 대통령실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 일정을 마친 리 대표는 폴란드로 향했습니다.
이어서 독일과 프랑스를 방문하고, 마지막으로 러시아를 찾을 예정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