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안보 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1일 노동절을 기념한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화염병과 물대포가 등장한 대규모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필리핀 정상회담이 열렸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날(4월 30일) 미국에 도착해 나흘간의 방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전통적인 우방국의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필리핀은 아시아 역내에서 대표적인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국입니다. 일례로 양국이 1951년에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의 조약입니다. 미국과 필리핀 간 상호방위조약은 어느 한 나라가 제삼자의 공격을 받을 경우, 양국이 서로 방어를 돕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진행자)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습니까?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미국과 필리핀 간 굳건한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고 미국의 철통같은 방어 의지를 다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The United States also remains ironclad in our commitment to the defense of the Philippines, including in the South China Sea, and we will continue to support the Philippines military modernization goals…”
기자) 남중국해를 포함해 필리핀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으며, 필리핀 군의 현대화 목표도 계속 지지하겠다는 겁니다. 두 정상은 이날(1일) 필리핀의 안보를 강화하고 필리핀 군의 현대화를 지원하는 새로운 방위협력협정에도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의 지정학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필리핀은 지금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의 최전선에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마르코스 대통령 발언 들어보시죠.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There are also the issues, geopolitical issues that have made the region where the Philippines is possibly, arguably the most complicated geopolitical situation in — in the world right now…”
기자) 필리핀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지정학적 환경에 처해 있고 남중국해와 아시아 태평양, 인도∙태평양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의 유일한 조약 파트너와 관계를 강화하고 재정립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마르코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의 유일한 조약 파트너는 미국을 뜻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공개한 공동성명에서도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항공기나 선박에 대한 공격은 1951년 체결된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발동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는데요. 이는 역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겨냥한 문구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 또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는 필리핀의 청정에너지 전환과 광물∙식량 안보 투자 강화를 위해 대통령 무역∙투자사절단을 필리핀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또한 필리핀이 역내 공급망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두 나라가 내년에 마닐라에서 인도·태평양 비즈니스포럼을 공동 개최할 거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게 꽤 오랜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 대통령으로서는 10여 년 만에 워싱턴을 찾은 대통령입니다. 필리핀은 지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친중국 행보를 보였고요. 반면 미국과는 거리를 두면서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모양새군요?
기자) 네.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미국은 필리핀과 적극적인 관계 회복에 나섰습니다. 대중국 견제와 타이완해협 안정을 위해서는 필리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마르코스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였지만 최근 매우 적극적으로 미국 친화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내 미군 사용 기지를 늘린 것도 그 가운데 하나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마르코스 정부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개정해 필리핀 내 미군 사용 기지를 5곳에서 9곳으로 늘렸습니다. 특히 중국과 인접한 북부 루손섬에 미군 기지를 추가하면서 대중국 견제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또 지난달에는 1만7천 명 넘는 병력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 ‘발리카탄’ 연합훈련을 했는데요. 올해는 특히 사상 처음으로 해상 실사격 훈련도 실시해 주목됐습니다.
진행자) 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자주 마찰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더불어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의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은 필리핀과 가까운 해역에서 필리핀 해군, 해안경비대 함정의 활동을 방해하고 필리핀 어민들을 쫓아내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에서는 무슨 반응이 나온 게 있습니까?
기자) 마르코스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따로 공식 반응을 내놓은 건 현재 없고요. 다만 앞서 지난달, 마닐라 주재 중국 대사는 필리핀이 군사 기지를 확대한 결정에 대해, 지역 역내 긴장에 “불을 지폈다”면서 타이완 문제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5월 1일은 노동절이었는데요. 이를 기념하는 행사와 집회가 전 세계 곳곳에서 있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 전 세계 각지에서 5월 1일 노동절, ‘메이데이’를 맞아 기념행사와 집회가 열렸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9월 첫 번째 월요일에 노동절을 기념합니다.
진행자) 노동절,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날인데, 각국의 표정 살펴보죠.
기자) 네. 프랑스부터 보겠습니다. 프랑스는 올해 초부터 연금 개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노동자의 날을 맞아 수도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 개혁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시위 참가자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정부와 시위 주최 측의 발표가 다른데요.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1일)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수도 파리 11만2천 명 포함, 약 78만3천 명이라고 추산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를 주최한 ‘노동총동맹(CGT)’은 정부 집계보다 훨씬 많은 230만 명이 시위에 동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가운데 파리에서만 55만 명이 집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시위자와 당국 간에 충돌은 없었습니까?
기자) 당초 평화롭게 시작된 가두시위는 점차 일부 과격 시위대에 의해 폭력으로 비화했고요. 곳곳에서 충돌이 있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화염병과 폭죽 등을 던지며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발했고요. 일부는 인근 상점이나 건물에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맞서면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진행자)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기자)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약 100명의 경관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이날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약 300명으로 알려졌는데요.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급진 좌파 세력을 비난하고 프랑스 사회가 과격해지고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파리 시위에만도 약 2천 명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인들이 이렇게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프랑스 시민들은 현재의 62세 정년을 64세로 올리겠다는 정부의 연금 개혁은 노동자,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연금 정책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처라며 관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 분위기도 잠깐 전해 주시죠.
기자) 이웃 나라 독일 전역에서는 30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기념집회를 열고 최저 임금 인상, 주4일제 도입 등을 요구했습니다. 사민당 출신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노동에 대한 존중은 민주주의와 함께 필수 불가결한 원칙이라며 “모든 형태의 노동을 존중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한국도 5월 1일 노동절을 기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날(1일)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습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래 가장 큰 노동절 집회였는데요.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법 조항 개정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는 14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튀르키예는 경찰 당국이 집회를 방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스탄불에서는 최대 광장인 탁심광장에 시위대가 모이지 못하도록 경찰이 막고 일부 시위대를 체포했습니다. 또 파키스탄도 일부 지역에서는 치안 불안을 이유로 당국이 집회를 금지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