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세계 대전이 임박했으며 핵무기 대결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25일 말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지식 교육 마라톤’ 행사에서 “세계는 병들어 있다”면서 “아마도 새로운 세계 대전 직전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세계 대전이 불가피하지는 않지만 핵 대결 위험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보다 더 심각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무엇이 방아쇠일지 말할 수 없다”
이날(25일)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같은 대규모 분쟁이 일어날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이 인내의 한계가 될지, 무엇이 방아쇠가 될지는 내가 말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어떤 시점에서 이 일은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일어날 ‘전면적 글로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세계 모든 나라가 노력해야한다고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글로벌 충돌, 격렬하고 전면적인 3차 세계대전의 위협이 실체화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확실히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이 직접적 군사 충돌 위험 높여”
러시아 외무부 고위 당국자도 같은 맥락으로 발언하며, 미국을 원인 제공자로 지목했습니다.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외무부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전날(24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러시아와의 교착 상태를 유지하면서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직전의 위험을 높인다면,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의 운명이 끝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르마코프 국장은 또한 “가장 강력한 핵 강대국(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로 미국이 상황을 몰아가면서, 뉴스타트의 운명이 아니라 전 세계의 운명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유감스럽게도 이런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스타트’는 201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공식 파기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핵 통제 조약입니다.
지난 2010년 체결해 이듬해 발효된 협정으로, 양국이 배치할 수 있는 장거리 핵탄두를 1천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두 나라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곧이어 상·하원을 통과한 참여 중단 결정 이행 법안에 서명해 공식 발효시켰습니다.
발효된 법규는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뉴스타트 참여를 재개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국정연설 당시 뉴스타트에 관해, 참여를 중단하는 것이고 완전히 탈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예르마코프 국장의 이날(24일) 발언은 러시아가 뉴스타트에서 영구적으로 이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 러시아 ‘2인자’, 위협 발언 지속
‘새로운 세계 대전’이 임박했다고 25일 발언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사실상 러시아의 ‘2인자’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총리로 물러나 있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서방국가들을 다방면에서 위협해왔습니다.
지난 23일에는 “경이로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흑해 곡물 협정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얼마전에는 한국에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 19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그 나라(한국)가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램에 쓴 뒤 “우리의 적을 돕고자 하는 새로운 열성가가 등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최신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한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에서 나오는 것을 볼 때 그 나라(한국) 국민들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면서, “대가를 치르는 것(Quid pro quo)”이라고 굵은 글씨로 마지막에 적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