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로씨야 24’ 방송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벨라루스의 요청을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전술 핵무기 배치를 러시아에 요청해왔다”며 “핵비확산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 (전술핵 배치를) 진행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는 미국의 행위를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둬왔다”면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미국과 똑같이 한다는 것은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배치될 전술 핵무기들의 통제권을 벨라루스에 넘기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습니다.
■ 우크라이나·나토 상대 핵 위협 계속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러시아 최고위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상대로 꾸준히 핵무기 사용을 위협해왔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25일) 전술핵 배치 발표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방침을 제시한 것이라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 얼마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공격할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 벨라루스, 러시아군 활동 공간 제공
러시아의 전술핵을 유치할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부에 접한 나라입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자국 영토에 훈련 명목으로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를 받아들임으로써, 북쪽 진입 경로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벨라루스군의 참전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벨라루스는 또한 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들은 러시아 전술핵이 벨라루스로 진출하면 직접 위협을 받게 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25일) 인터뷰에서,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발과 항공기 10대를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 요지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탱크·탄약 등 군수 압도 자신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이 ‘분쟁 장기화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이같은 움직임이 상황을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무기와 탄약 공급을 확대하는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군수 보급이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물량의 3배에 달하는 탄약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연내 탱크 1천600대를 만들어 내, 러시아군 탱크 수가 우크라이나의 3배를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열화우라늄탄에 “대응할 것 있다”
이날(25일) 푸틴 대통령은 또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제공하는 데 강력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도 이(열화우라늄탄)에 대응할 것이 있다”며 “그런 포탄 수십만 발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애너벨 골디 영국 국방차관은 의회의 관련 질의 서면 답변에서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챌린저2 탱크의 탄약 중 일부는 열화우라늄탄”이라고 밝혔습니다.
열화우라늄은 우라늄에서 핵무기나 핵연료에 쓰일 핵분열물질을 추출한 후 남은 물질입니다.
다음날(21일)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서방 집단이 ‘핵 성분을 포함한 무기(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그에 상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가 영국 측의 계획에 반발하자, 영국 국방부는 21일 “열화우라늄은 핵무기와 관계가 없으며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군대에서 사용하는 표준 부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