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모스크바 연설 "국제질서 위해 러시아와 지속 협력"…푸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중국 의지 환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흘간의 러시아 국빈방문을 위해 20일 모스크바에 도착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날 모스크바 외곽 부누코보 공항에 내린 직후 연설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무동맹과 무대결, 그리고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기초 아래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고 성장시켜 왔다”며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이어서, 국제 질서 수호를 위한 중-러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와 국제법이 뒷받침하는 국제 질서,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입각한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수호하기 위해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20일) 크렘린궁에서 1 대 1 비공식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다음날(21일) 공식 정상회담과 만찬을 열고, 이후 회담 내용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러시아 국빈방문을 위해 모스크바 외곽 공항에 도착한 직후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법 찾을 수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국빈 방문 일정을 앞두고,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대국 매체에 동시 기고하며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시 주석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기고문에서 “지금 세계는 100년간 없었던 큰 변화의 국면에 처해 있다”면서 “평화·발전·협력·공영의 역사적 흐름은 막을 수 없고, 세계 다극화·경제 글로벌화·국제관계 민주화의 대세는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통치 모델은 없으며, 한 나라가 결정하면 그만인 국제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고 엄중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 주석의 이런 주장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은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시 주석은 “모든 당사자가 공통적이고 종합적이며 협력적이며 지속 가능한 안보관을 가지고 평등하고 이성적이며 실용적인 대화와 협상을 견지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해결할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와 보편적 안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밝은 길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습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 크렘린궁에서 비공식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 푸틴 “위기 해결 중국 의지 환영”

푸틴 대통령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이중억제’ 정책을 채택하고, 미국의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제하려 하는 행태가 갈수록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안보와 협력의 틀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불법적인 독자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해 끊임없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 지금 가장 눈에 띄지만, 그것이 국제적 주도권과 단극적 세계질서를 유지하려는 유일한 시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침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 의지를 환영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중국의 균형 잡힌 입장과 역사적 배경·근본 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위기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정치·외교적인 수단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열려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서방이 자국의 핵 안보를 위협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안보 불가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는 나토에 의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면서 “핵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무책임하고 노골적인 위험 행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를 거부하며 이는 반드시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시진핑 3연임 시작 후 첫 방문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지난 14일 세 번째 국가주석 임기를 시작한 후 첫 해외 일정입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일, 종전을 위한 시 주석의 영향력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끝내게 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유엔헌장에 명시된 원칙과 이 사안에 대한 최근의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을 위해 중국과 더 긴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행을 앞두고 지난 17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통화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당시 성명에서 “중국은 모든 당사자가 냉정하고 합리적이며 절제된 자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가능한 한 빨리 평화회담을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고 (친 부장이 쿨레바 장관에게)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 중재역 자처하는 중국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도 자처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4일,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12개항 입장문을 낸 바 있습니다.

‘평화회담 시작’, ‘핵무기 사용 금지’, ‘일방적인 제재 중단’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0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동에서 지난달 중국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 서방, 중-러 밀착에 우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에 무기나 재정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 지원을 약속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휴전을 중재할 수 있다고 관측합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7일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스로를 평화주의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휴전을 조장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이는 러시아에 공세를 준비할 기회를 새롭게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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