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6일, 러시아군에 포위된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사수 의지를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버려지는 지역은 없다”면서 “바흐무트에서 철수하지 않고 현 태세를 강화한다는 입장에 수뇌부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바흐무트에 있는 우리 병사들을 도울 부대를 찾으라고 총사령관에게 지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앞서 성명을 내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주재한 군 참모부 정례회의에서 바흐무트 방어 작전을 계속하고 병력의 현 위치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의에서는 바흐무트 작전지역에 무기와 장비 등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집속탄 제공 요청”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와 관련, 드론으로 투하할 수 있는 집속탄 제공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미 의회 의원 2명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집속탄은 모체가 공중 파괴되면서, 안에 있던 작은 폭탄 수백 개가 표적 주변에 뿌려져 불특정 다수를 살상합니다. 넓은 지역에서 다수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표적 비인도적 무기로 꼽힙니다. 2010년 오슬로 조약 발효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오슬로 조약에는 120여 개국이 서명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등은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군이 인구밀집지역에서 수차례 집속탄을 사용한 정황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앰네스티 등을 통해 발표된 바 있습니다.
■ 미 국방 “전략적 가치 보다 상징적”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소도시로서,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곳입니다.
이 지역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지난 3일 바흐무트를 사실상 포위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철수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요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서쪽 도로 하나 외에는 남지 않았다는 소식도 알려졌습니다.
이 지역을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 측이 3면으로 에워싸며 함락 가능성이 커지자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철수론’이 제기됐지만, 계속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표한 것입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더 이상의 병력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바흐무트를 사수할 가치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끈질긴 바흐무트 방어가 러시아군에 막대한 병력과 탄약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이미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미 당국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6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취재진에게 “바흐무트가 함락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러시아가 이 싸움의 흐름을 바꿨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바흐무트는) 전략적, 작전상 가치보다는 상징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가 바흐무트에 “훈련되지 않고 장비도 부족한 (용병 주도) 부대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봄철 대공세 앞서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아 참을성 있게 다른 곳에서 전투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오스틴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 증원군 활동 중
우크라이나군이 실제로는 이미 점진적인 철수를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얼마전 현지에 증원 병력을 투입한 가운데, 이들의 임무는 퇴각하는 본진을 지원하고 호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