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인 정신 속, 사랑과 나눔의 전통 있다
난민들 대화해 보면, 당당하고 희망 잃지 않았다
국가 지도자 미련하고 오만한 판단, 후과는 참담
전쟁, 영혼 잃은 타락한 집단 맞선 ‘모두의 싸움’
▲받은 신발을 신어보는 한 우크라이나 형제. ⓒ김태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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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작년 9월에 레나 자매가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져 한 동안 걷지 못했다. 심한 부상이라 치료가 오래 걸렸다. 비용도 꽤 나왔다. 우리도, 교회도 도왔지만 충분치 않았다. 남은 비용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아는 모든 사람에게 부탁했어요. 그들 도움으로 치료비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전화번호가 저장된 모든 사람에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부탁했다.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은 도울 수 있는 만큼 돈을 전달했다. 후에 보니, 치료비를 지불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우크라이나인의 정신 속에 이런 사랑과 나눔의 전통이 있다.
전쟁이 일어났다. 키예프 북부 군사지역 인근 고스토멜, 부차, 이르펜 지역에 러시아가 포격을 했고, 러시아군이 진입했다. 도로가 파괴되고, 전기와 통신이 끊기고 복구되기를 반복했다.
키이우 북부에 거주하는 한 형제의 증언이다. 그 지역에 대규모 교전이 있었다. 주민들은 고립되어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상점에 있는 물건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음식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마을 사람은 갖고 있는 음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야채 가게 주인은 남은 물건을 마을 사람들에게 거저 나누어 주었다. 맥도날드 매장도 햄버거를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각 가정은 필요한 만큼의 음식만을 남기고, 행여 굶을 수 있을 이웃을 배려하며 나누었다.
키이우의 아파트는 러시아군이 진입해서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음식과 식재료를 문 앞에 내놓아 필요한 이웃이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우크라이나인의 의연함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확인됐다. 코로나 확산 초기, 미국과 유럽에서 사재기를 하는 장면이 보도됐다. 생필품은 물론, 마스크, 손세정제, 심지어 화장실 휴지를 더 가져가려고 몸싸움을 하는 모습.
팬데믹이 시작되어 생필품 가게, 주유소, 약국만 영업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에서 사재기는 없었다. 물건은 그대로 진열되어 있었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평소 분량 외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마스크, 손세정제도 필요 이상으로 구입하지 않았다. 동요하지 않는 국민성.
전쟁이 발발했다. 차분하다. 성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피난을 가기로 결정한 사람들, 남기로 결정한 이들 사이에 갈등도 없다.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결정일 뿐, 간섭하지 않는다. 가족들 중에도 남기로 결정한 사람과 떠나는 사람은 각자의 판단을 존중한다.
유럽과 국경을 마주한 곳을 따라, 긴급구호 물자가 들어간다. 기관, 교회 혹은 개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건넨 물품을 끝까지 책임을 다해 전달하고 있다.
동부에 있는 한 사람은 근처까지 갔지만 연락이 안 되어 되돌아갔다가, 다시 배달해 주었다고 한다. 전시라 용납될 법도 하지만 배달사고가 나지 않는다. 정직한 국민성.
많은 난민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지만, 당당하다. 희망을 잃지 않는다. 다시 돌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유럽 여러 나라로 흩어지지만, 자신들이 우크라이나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전쟁이 한 달을 넘겼다. 위험 지역에 남은 이들이 많다. ‘내 땅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이유이다. 평소에 조용하고 나서지 않던 사람도, 부상자가 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보면 돕고 위로한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인을 강하게 단련해 간다. 장갑차와 탱크 앞에 온 마을 사람이 나와 맨 손으로 서서 ‘이곳은 내 땅이니 돌아가라’고 소리친다. ‘나를 밟고 가라’고 그 앞에 눕기도 한다. 중무장을 하고 진입한 러시아 군인들이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며 뒤로 물러선다.
우크라이나는 정신에서 승리했다. 러시아와 같은 언어를 사용했지만, 신앙과 정신은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자유와 연대, 사람을 사랑하고 선을 추구하는 부분에서 이겼다.
전쟁을 통해 연합과 독립을 향한 열망이 높아져 간다. 시대의 궁핍이 믿음과 연대를 더 갈망하게 만든다. 철이 용광로에서 순도와 강도를 더해가듯, 우크라이나는 이 고난을 통해 강하고 위대한 민족, 국가로 서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기도하는 민족이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광장에 모여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회개하며 눈물로 기도한다. 오렌지 혁명, 유로마이단 혁명, 크림반도 병합 등의 사태가 있을 때마다, 기독교인들이 앞서 인도하고 기도운동을 이끌었다. 주님의 얼굴을 구하는 민족이다.
러시아. 낡은 제국주의, 독재, 물질적 이득 앞에서 부패한 세력 정치를 덮어준 지도층. 타국을 향한 포악을 필요악으로 치부해온 지식인들. 스스로 영합하고 반성하지 않은 대중.
형제 국가를 짓밟은 전쟁은 혼돈의 사회가 빚어낸 거대악이다.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삼상 17:47)”, 역사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에 있다.
어찌될 것인가. 외부의 경제 제재로 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 그 하나요. 이 전쟁으로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해갈 것이다. 그들의 만행은 내면에 가시가 되어 당대와 후대에 괴로움이 되리라. 이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
외적인 고통과 내적인 수치. 한 국가 지도자의 미련하고 오만한 판단의 후과는 참담할 것이다.
이 전쟁은 영혼을 잃은 타락한 집단에 맞선 모두의 싸움이고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 있다.
슬라바 우크라이니 Слава Україн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