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오늘] 프랑스 하원서 정부 불신임안 가결…미 하원의장, 타이완 지지 재확인


진행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박영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에서 하원이 4일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62년 만에 정부가 붕괴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중인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과 통화하고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오늘은 먼저 유럽으로 가봅니다. 프랑스 정부가 붕괴됐다고요?

기자) 네. 프랑스 하원이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31표로 통과시켰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하원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돼 해산되는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6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요?

기자) 원래 프랑스 하원 재적의원은 577명인데요. 3명이 공석이라 현재 재적의원은 574명으로, 불신임안 통과에 필요한 정족수는 288표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331표가 나온 겁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예산을 둘러싼 갈등 때문입니다. 바르니에 정부는 국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600억 유로(미화 약 631억 달러)를 감축한 내년도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했는데요. 하지만 야당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좌파 성향 야당은 사회 복지 축소를 우려하며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반대했고요. 극우 국민연합(RN)은 이민자 지원 예산 동결 등을 요구하며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좌파와 극우, 양쪽 진영이 다 반대하고 나선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에 바르니에 총리는 하원 표결 없이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발동해 예산안을 강행하려고 했는데요. 그러자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 표결이라는 강수를 꺼내 든 겁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투표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선택해야 했으며, 우리의 선택은 프랑스 국민을 해로운 예산에서 보호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르펜 대표는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에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프랑스 하원 구성이 어떻게 돼 있죠?

기자)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채, 현재 3개의 큰 블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파 동맹,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인데요. 좌파 신민중전선과 극우 국민연합은 정치 성향이 달라 통상 의견이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르니에 정부 불신임안에는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진행자) 지난 7월 조기 총선에 따른 결과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 전달(6월)에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하고 극우 RN이 압승을 거두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를 통해 극우 부상을 막고 정치적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는데요. 하지만 막상 총선 결과, 좌파 연합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져가며 다수당이 됐고요. 이어 범여권, RN 순으로 의회가 구성됐습니다. 극우 집권은 막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의회의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통상 의회 제1당에서 총리가 나오는데, 바르니에 총리는 좌파 연합 소속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후 약 두 달 만에, 공화당 소속의 바르니에 총리를 뽑았습니다. 공화당은 지난 총선에서 4위를 차지한 정당인데요. 좌파 연합은 국민의 뜻을 배신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고요. 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바르니에 총리가 취임한 지 몇 달 안 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9월 5일 취임했으니까 석 달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겁니다. 프랑스 헌법상 정부는 하원이 불신임안을 가결하면 바로 사퇴해야 하는데요. 이로써 바르니에 총리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최단명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바르니에 총리가 5일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기 위해 엘리제궁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바르니에 총리가 물러나면 다시 차기 총리를 뽑아야겠군요?

기자) 네. 로이터 통신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신속하게 새 총리를 임명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총리가 된다 하더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해 의회의 협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입니다. 총선을 치른 지 1년도 안 됐기 때문에 내년 7월 이전에는 새로운 총선을 치를 수 없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들은 지금의 이러한 정국 혼란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의 사퇴라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사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초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도,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프랑스 국민에 의해 두 번이나 선출됐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면서 사임설 같은 ‘가짜 정치’로 “사람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 ·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과 통화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월 취임한 라이칭더 타이완 총통이 지난달 30일부터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서고 있는데요.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이 4일 늦게 미국령 괌에 도착한 라이칭더 총통과 통화했습니다.

진행자) 두 사람이 처음 통화하는 건가요?

기자) 라이 총통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통화하는 것입니다. 존슨 의장은 앞서 지난 1월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라이 후보가 당선됐을 때, 소셜미디어 X에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인도태평양 파트너들의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거듭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라이 총통이 미국 경유지에서 존슨 의장과 통화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이 총통은 6박 7일 일정으로 마셜제도와 투발루, 팔라우 등 태평양 도서국 순방길에 올랐는데요. 순방 중 하와이와 미국령 괌을 경유하는 일정입니다. 라이 총통은 먼저 경유한 하와이에서는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 타이완의 사실상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타이완협회(AIT) 관계자 등을 만났고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도 통화했습니다.

진행자) 펠로시 전 의장은 재임 시절, 타이완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여줬죠?

기자) 맞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8월, 타이완을 전격 방문해 차이잉원 당시 타이완 총통을 만났는데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고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이날(1일) 라이 총통과 약 20분간 통화했다고 하는데요. 타이완 총통실은 두 사람이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라이 총통이 또 다른 미국 의회 관계자들과 통화했는지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AFP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라이 총통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 로저 위커 공화당 간사,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대표와도 통화했는데요. 타이완 총통실은 미 의회 지도자들이 “타이완의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에 대한 미국 의회의 강력한 양당의 지지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라이 총통이 해외 순방 중 미국을 경유하는 것을 두고 중국의 반발이 심했죠?

기자) 중국은 타이완을 하나의 이탈한 성으로 보고 있고요. 타이완 지도자들은 중국과의 분열을 꾀하는 세력, 분리주의자들로 간주합니다. 중국 외교부는 5일, 라이 총통과 존슨 의장 통화 후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이 타이완의 분리주의 행위가 타이완해협 전역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미국은 타이완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일상적이며 양당의 오랜 합의에 따른 미국의 정책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주 VOA에, 타이완관계법과 미중 3개 공동성명, 6개 보장에 따라,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지난 45년간 모든 행정부에서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제 미국은 약 한 달 후면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외교 정책을 이끌어갈 국무부 장관으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루비오 지명자는 중국과 타이완 문제에 대한 견해가 어떤지 궁금하군요.

기자) 루비오 지명자는 미 의회에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 정치인입니다. 타이완 관리들의 미국 방문을 지지하고요. 미국 정부가 타이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지원 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습니다. 현재 루비오 지명자는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요. 타이완에 대한 지지를 계속 유지할 것이냐는 VOA 질문에, 루비오 지명자는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정하고, 국무부의 임무는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칩니다. 박영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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