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것은 북한군 파병에 대한 경고라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에이태킴스)의 사용 제한을 푼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하면서 “이 미사일은 초기 단계에서 러시아·북한 병력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을 방어하기 위해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쿠르스크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서부 국경을 넘어 진격한 뒤 약 600㎢를 장악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지역을 탈환하려는 러시아군을 돕기 위해, 1만 명 넘는 북한군이 파견돼 있다고 미국 정부가 확인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군과 북한군 도합 5만 명에 현지에 집결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10일 보도했습니다.
◾️ “북한군 추가 파병 막으려”
‘뉴욕타임스’는 17일 자에서 “이번 정책 변화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에게 그들이 취약하다는 메시지를 보내 추가 병력 파견을 막는 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에이태킴스와 스톰섀도(영국), 스칼프(프랑스) 등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지만, 주요 전선 방어 목적 외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은 금지했습니다.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할 위험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가 북한 병력을 전선에 투입한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바꾸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 “개입 대가 치르도록”
이 신문은 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고가치(high-value) 목표물 타격 능력을 갖추고 북한의 개입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이점이 긴장 고조의 위험성을 상회한다고 판단했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신문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 북한이 러시아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공급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이 입수했을 때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에이태킴스 수백 발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동의했고,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영토에서만 쓰도록 했습니다.
◾️ “러시아·북한 병력 집결지 타격 가능”
이번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 허가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북한 병력의 집결지, 군사 장비, 물류 거점, 탄약고 등을 에이태킴스로 타격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러시아-북한 공세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하지만, 이번 조치가 전쟁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는 미 당국자들의 판단을 전했습니다.
◾️ 트럼프 취임 두 달 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신문은 18일 자에서, “트럼프(미국 대통령 당선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며, 전쟁을 신속히 종결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짚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주니어는 17일 엑스(X ·옛 트위터)에서 관련 보도 요약 글을 리트윗(재전송)하면서 “아버지(트럼프 당선인)가 평화를 이루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군산복합체는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또한 에이태킴스 사용 제한 해제는 “수조 달러를 확실히 챙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크렘린 “적절히 대응할 것”
러시아는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에이태킴스 사용 제한을 풀어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고 비판하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 EU·독일 등 환영
주요 서방 국가 당국자들은 일제히 미국의 정책 전환을 환영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18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제공하는 무기를 단순히 화살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궁수들을 공격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중요하고 필수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이미 제공된 지원의 연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최대 사거리 300km
에이태킴스는 최대 사거리 약 190mi(300km)에 달하는 장거리 공격 무기입니다.
전장에서 위협적인 사거리를 확보하면서도, 요격이 어려워 위협적인 무기로 꼽힙니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궤적을 따라 날아가기 때문에 방공망으로 막아내기 위한 예측이 가능한데, 에이태킴스는 목표물까지 가는 동안 불규칙한 기동을 수반합니다.
코스 수정을 하기도 하고, 갑작스럽고 빠르게 회전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의 무기 분류 체계에서 에이태킴스는 ‘기동 미사일((Maneuvering Missile)로 돼 있습니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이태킴스 사용 목표 제한 해제 보도 관련 주요 매체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