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비준한 것과 관련해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러 군사협력 심화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새로운 안보 도전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석좌는 12일 북한과 러시아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비준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양국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1년 전 예상보다 더 긴밀한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Russia and North Korea seek a tighter alliance than expected a year ago. While the level of trust may remain limited, the ratification of a strategic partnership treaty suggests this alliance may endure even if the Ukraine war winds down.
“북한, 러시아 파병 확대 법적 근거 마련”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북러가 이번 조약 비준을 통해 더 많은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There’s a lot of ways in which North Korean manpower, whether highly elite troops or construction workers wearing KPA uniforms, you know, whatever, you know, status, they would participate in the conflict. Certainly North Korea has a need for hard currency. Russia has a willingness to pay for North Korean manpower. (중략) There’s a legal framework now in the Constitution for that I mean in the Strategic Partnership Treaty for that.”
사일러 전 분석관은 “북한 인력이 정예 부대든, 인민군복을 입은 건설 노동자든 어떤 형태로든 참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확실히 북한은 돈이 필요하고, 러시아는 북한 인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마련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이 제공할 인력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고, 김정은 역시 인력을 제공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습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양국 간 조약 비준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며, 지난 6월 서명한 이래 진행돼 온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이번 비준 선언은 러시아군의 공세 개시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지난 6월19일 평양에서 체결된 ‘조선민주주의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도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해당 조약에 서명해 비준을 마쳤습니다.
앞서 지난 6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치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북, 러시아에 추가 파병 가능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약 비준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년간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발의 포탄과 수십 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제공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 병력을 파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Certainly North Korea has a large standing ground forces that Kim could use to provide more support to Putin. We know that Kim is getting funding and fuel and food in return but we don’t know what kind of military technology if any that Russia has provided to North Korea in return for this support. Any improvement in North Korean military capabilities is certainly worrisome to the US and its allies.”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분명히 북한은 푸틴에게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대규모 지상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이에 대한 대가로 자금과 연료, 식량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종류의 군사 기술을 제공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의 군사력 향상은 미국과 동맹에 분명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김정은이 더 많은 병력을 파병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뿐 아니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진지를 돌파할 수 있다”며 “푸틴이 군사기술을 포함해 김정은에게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대가 우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양측이 언제든 철회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조약의 비준 자체는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전 등으로 진정되면 북러 간 이 거래적 합의는 그 근거를 잃고 시들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군 파병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러시아가 (병력 지원의) 대가로 북한에 민감한 핵과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는지 여부”라며 “아직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징후나 확인된 바는 없지만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 대리] “Regarding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what should continue to be of most concern (rather than the deployment of NK troops to the Ukraine front which will have negligible impact on the war’s outcome), is whether or not Moscow has or is following through on any quid pro quo in the form of providing NK with sensitive nuclear and missile technologies. So far, there’s no indication or confirmation that that has happened, but it must continue to be closely monitored.”
“북러 밀착, 트럼프 2기에 새로운 안보 도전”
한편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이 트럼프 2기에 새로운 안보 도전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와는 매우 다른 전략적 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중국, 북한 간의 관계 강화와 재정 및 군사 지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이후 새로운 상황이며,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가 훨씬 커졌고, 중동도 큰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고 위협적인 환경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President Trump is going to face a very different strategic environment than during his first term. We have the growing relations and financial and military support amongst Russia, China and North Korea.
Obviously the invasion of Ukraine is a new development since President Trump’s first term there’s much greater concern about Chinese military action against Taiwan and also the Middle East is in great turmoil. So President Trump is finding a much more unstable and threatening environment than during his first term.”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의 발언과 변화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이 더 어려워졌다면서 북한과의 관계 진전이 더욱 시급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동시에 김정은이 푸틴에게 이 모든 약속을 하고, 푸틴 또한 그에 상응하는 약속을 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미국과 협력하거나 관여하는 데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At once it may create a greater sense of urgency to try to make some progress with North Korea. Yet at the same time, the fact that Kim Jong UN has made all this commitment to Vladimir Putin and vice versa, kind of makes it difficult to conclude that Kim would see any value in cooperating or engaging with the United States while at the same time having these commitments to Russia.”
사일러 전 분석관은 따라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중국을 계속해서 압박해 북러 간 동맹을 약화시키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설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국제적 지원을 제공하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And this all centers around the diplomatic efforts again, to encourage Xi Jin ping towards greater cooperation in opposing Vladimir Putin’s efforts in Ukraine multilaterally to provide the support and needs of the Ukrainian army in carrying out this, their defensive actions.”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점증하는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 및 파트너와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