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과 함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교육 < 기사본문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14일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00여 시험장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이번 수능에는 52만2670명이 응시했다. 올해도 시험을 앞두고 많은 교회에서 수험생 학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기도 자리가 마련됐고, 수능 당일에는 전국의 교회마다 수능 시간표에 맞춰 기도하는 이들의 풍경이 그려질 전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수험생 본인만의 시험이 아닌 부모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이들이 함께 긴장하며 준비하고 치르는 모두의 이슈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지난 1년 수능을 향해 힘차게 달려온 이들은 수험생들뿐만이 아니다. 수험생 가족과 교사, 교역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들과 함께했다.  고3 딸을 둔 아버지가 수능 100일 전부터 자녀의 이름을 넣어 매일 작성한 기도문.


그러던 중 한 SNS 글이 눈에 띄었다. ‘#수능의_달’ ‘#엄마아빠_100일_기도문_필사노트’라는 해시태그를 단 이 게시물은 수험생 딸을 둔 아빠가 자녀의 수능 100일 전부터 써 내려간 기도문이었다. 그가 딸의 이름을 넣어 필사한 기도문은 자녀를 향한 기대와 바람이 아닌 믿음의 부모로서 회개와 결단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게시자는 “딸을 생각하면서 필사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됐다”라며, 자신의 가족뿐 아니라 그동안 수고한 이 땅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남기며 글을 맺었다.


긴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학생들을 찾아가 기도하며 선물과 위로를 전한 주일학교 교역자.


또 다른 이가 올린 여러 장의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과 웃으며 함께한 이는 모두 한 사람이었다. 주인공은 혜성교회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천다니엘 목사. 그는 수능을 2주가량 앞둔 시점, 고3 담당 교사들과 함께 수험생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위로와 격려의 시간을 가졌다. 막바지 공부에 분주한 만큼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긴장하고 지친 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담당 교사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했다. 수능 전 마지막 주일이었던 10일에는 청년부가 청소년부 예배에 고3 후배들을 찾아와 응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더불어 교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고생한 수험생 학부모들을 초청, 서로 위로하고 남은 기간 마음에 하나님의 평강을 구하는 자리도 가졌다. 천 목사는 수험생들에게 “긴 여정의 삶에 이제 새로운 삶의 여정을 위한 하나의 문을 통과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겨드리고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라는 바울의 고백처럼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수고함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축복의 시간이 되길” 축복했다. 그는 수능 전날 밤 전화 심방으로 수험생들과 또 한 번 기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교사들(위)과 고3 학생들을 담임하는 기독교사가 캐릭터 탈을 쓰고 제자들을 응원하는 모습.
교사들(위)과 고3 학생들을 담임하는 기독교사가 캐릭터 탈을 쓰고 제자들을 응원하는 모습.


고3 담임으로 학교에서 1년 내내 학생들과 함께한 기독교사들도 수험생들만큼이나 긴장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주기전여고에 근무하는 임규민 교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제자들에게 평안한 마음을 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시길 매일 하나님께 구하고 있다. 신우회장으로서 아침마다 교사들과 함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는 건 물론, 학생들과의 개별 상담을 마치고는 꼭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믿지 않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도 자신을 위한 선생님의 기도는 거절하는 법이 없다. 우울한 마음이 감정을 사로잡기 쉬운 고3 시기인 만큼, 임 교사는 가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제자들을 찾아가 축복의 찬양을 불러주고 깜짝 이벤트로 응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제자들이 많은 시간을 드리다 보니 결과에 따라서 기분이 좌우될 수도 있을 텐데, 결과를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재 자체로 하나님께,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에게 자랑이고 귀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번에 만난 이들은 하나 같이 수험생과 함께한 1년이 부모로서, 교역자와 교사로서 자녀, 제자들과 연결되고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는 감사를 고백했다.

Read Previous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스티븐 밀러 “대규모 불법이민 추방계획 설계”

Read Next

‘전쟁시 군사 원조’ 북러조약 비준…푸틴 이어 김정은 서명|동아일보

Don`t copy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