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북한 무기 불법 조달을 은폐하기 위해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을 거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과 일본 등도 북러 군사협력 강화를 규탄한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문제 삼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존 켈리 미국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이 12일 북한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무기를 조달하는 러시아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켈리 참사관은 이날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듣고 있지만 그들의 행동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발사대와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을 조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켈리 참사관] “We listen closely to Russia’s words, but let us also look at its actions. Russia has procured ballistic missile launchers and dozens of ballistic missiles from the DPRK in violation of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Since last December, Russian forces have used DPRK supplied ballistic missiles to strike Ukraine nearly a dozen times, firing upwards of 40 DPRK ballistic missiles. Since last September, Russia has procured over 11,000 shipping containers of munitions and munitions related material from the DPRK in violation of the UN arms embargo on the DPRK.”
이어 “지난해 12월 이후 러시아군은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은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10여 차례 공격했고,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만 40발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9월 이후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며 1만1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수품과 군수품 관련 물자를 조달했다”고 켈리 참사관은 덧붙였습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미사일을 사용했다며 미사일과 발사대, 미사일 낙하지점이 표시된 사진 자료 등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천 개 이상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라진항에 약 6m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후 백악관은 두 나라가 거래한 컨테이너가 1만여 개에 이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켈리 참사관은 “러시아는 전문가패널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사용할 무기와 탄도미사일 조달의 전체적인 규모를 숨기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된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녹취: 켈리 참사관] “By using its veto against the DPRK panel of experts, Russia is attempting to hide the full extent of its procurement of arms and ballistic missiles from the DPRK for use against Ukraine, undermining this Council’s efforts to carry out its primary responsibility for the maintenance of the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그러면서 “이는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는 주요 책임을 다하려는 안보리의 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감독하는 전문가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와 중국의 기권으로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패널은 이달 말을 끝으로 15년 간의 활동을 중단합니다.
이날 회의는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됐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제공을 규탄할 목적으로 안보리 이사국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그러나 상당수 안보리 이사국들은 러시아와 북한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김상진 유엔주재 한국 차석대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이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이전 문제를 놓고 회의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오히려 러시아와 북한 간의 군사 협력이 더 적절한 오늘 회의의 주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상진 차석대사] “In this regard, it is irrelevant that the Russian Federation, which began this war by invading Ukraine, requested today’s meeting on the issue of weapons transferred to Ukraine, rather military cooperation between Russia and the DPRK would be a more relevant topic today. Just yesterday, there was a General Assembly debate when the Russian veto, when the mandate, an extension of the secret Councils 1718 Committee Panel of Experts. That veto was cast, because Russia didn’t like the panel to shed light on the Russia’s dark spot: the illegal supply of North Korean ammunitions and the ballistic missiles to Russia. The recent report by the panel of Experts stated that it was investigating reports on the arms dealings between Pyongyang and Moscow.”
이어 전날인 11일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사용 문제를 주제로 유엔총회 회의가 열린 사실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전문가패널이 러시아의 어두운 부분, 즉 러시아에 대한 북한제 탄약과 탄도미사일의 불법 공급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패널의 최근 보고서는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에 대한 보고를 조사하고 있다고 명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대표부의 시노 미츠코 차석대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러시아로의 북한 무기 이전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북한이 그 대가로 무엇을 얻는지 계속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시노 차석대사] “In addition, we once again condemn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the transfer of weapons from North Korea to Russia in violation of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We continue to monitor closely what North Korea gains in return. Let me also draw Council’s attention to another clear violation of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publicly announced by both side: a transfer of the Russian made automobile from Russia to North Korea.”
또한 “(북한과 러시아) 양측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또 다른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도 안보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한다”며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고급 승용차를 선물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토마스 핍스 정무담당 부조정관은 “러시아는 안보리는 물론 유엔총회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따라서 대신 나는 북한이 다른 주권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근거 없고 신제국주의적인 침략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핍스 부조정관] “Russia does not listen to this Council, nor to the General Assembly. So instead, I urge North Korea to stop supporting Russia’s unprovoked, neo-imperial war of aggression against another sovereign state.”
핍스 부조정관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수백 만 발의 포탄을 구입하고, 이 무기들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하는 사용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핍스 부조정관] “Russia has bought several dozen ballistic missiles and millions of artillery shells from North Korea, which have been used in attacks on population centers across Ukraine. Of course, Russia tries to hide its behavior by vetoing the UN Panel of Experts, which has provided scrutiny of North Korea’s attempts to evade sanctions and advance its weapons program. As many of us said in the General Assembly yesterday, this veto undermined the global non-proliferation architecture, as well as this Security Council.”
이어 “물론 러시아는 제재를 회피하고 무기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려는 북한의 시도를 면밀히 조사해온 유엔 전문가패널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을 숨기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안보리뿐 아니라 글로벌 비확산 구조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밖에 프랑스와 스위스, 슬로베니아, 몰타 대표 등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와 전문가패널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사용 등을 공개적으로 규탄했습니다.
이날 관련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란, 북한과 같은 푸틴의 동맹은 무기 공급과 관련 우려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들은 계속해서 러시아 군에 미사일, 드론, 탄약을 부지런히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키슬리차 대사] “Putin’s allies such as Iran and DPRK seemed to pay no heed to the Council’s meetings on weapons supply and related concerns. They continue to diligently supply the Russian army with missiles, drones and munition. Iranian drones and DPRK’s missiles continue to kill Ukrainian civilians. We can only guess at what Russia is offering in turn. The recent veto on the renewal of mandate of the 1718 Committee Panel of Experts has been just the tip of the iceberg.”
이어 “이란의 드론과 북한의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계속 죽이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무엇을 대가로 제공하고 있는지 추측만 할 수 있을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거부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날 회의를 요청한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비난했습니다.
[녹취: 네벤쟈 대사 (영어 통역)] “For at least 10 years now, there has been an ongoing methodological influx to the Kiev regime of Western weapons from the West. Previously, this had been done covertly under the cover of the Minsk agreements and the relevant activity is something which the West did not advertise, and it even denied this and now indeed, this has all come to the surface and this is no longer being concealed.”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서방 무기가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됐다”는 것입니다.
네벤쟈 대사는 “이전에는 민스크 협정을 숨긴 채 은밀하게 이뤄졌고 서방은 관련 활동을 홍보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부인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실제로 모든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 더 이상 숨겨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스크협정은 2014년 9월과 2015년 2월, 두 번에 걸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그리고 돈바스 지역의 두 친러 세력 간에 체결한 휴전 협정입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돈바스에 대한 군사적전을 강행하는 등 처음부터 민스크 협정을 이행할 의지가 없었으며, 이를 허용할 수 없던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에 대해 ‘특별군사작전’ 즉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네벤쟈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권 내 서방 후원자들은 무기와 지원 측면에서 서방의 도움을 받으면 러시아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그것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환상에 불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