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기습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장 전달 방안으로 미국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경로’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편을 이용한 기존 송달 방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안을 모색한 결과이지만, 이 과정 또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하마스 기습 공격 피해자들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장이 미국 국무부에 전달됐습니다.
국무부 통해 소장 송달 시도
미국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하마스 공격으로 희생된 아옐렛 아르닌의 유족 등 110명의 변호인단은 6일 재판부에 제출한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 3일 국무부에 대북 소장 송달을 요청하는 서류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인단은 이번 요청이 “피고인 북한에 외교적 송달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네타 유족 등 130명으로 구성된 또 다른 대북 소송인단 역시 지난해 11월 국무부에 동일한 외교적 송달 요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3일 확인됐습니다.
앞서 아르닌의 유족과 부상자, 가족 등 110명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북한이 하마스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7월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네타 유족 등 미국인 130명도 북한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 소송인단은 북한이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물질적 지원과 자금 제공은 물론, 지시, 안전한 피난처 제공, 나아가 테러 훈련까지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북한의 책임을 강력히 제기했습니다.
당초 소송인단은 법원 서기관실의 도움을 받아 소장, 소장의 한글 번역본, 소환장 등을 포함한 우편물을 평양에 위치한 북한 외무성으로 발송했습니다.
그러나 이 우편물은 아직 수신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미국인들은 소송 제기 이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이용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발송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DHL은 유엔 업무나 외교 목적과 관련되지 않은 우편물은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소송인단은 미국 국무부를 통해 북한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제3국이 소장을 전달하거나, 뉴욕에 있는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를 통해 소장을 송달하는 방식, 즉 ‘외교적 경로’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국무부 신속 집행 가능성 낮아…“다른 방안도 모색”
그러나 국무부가 실제로 소송인단의 요청을 이행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앞서 국무부 법률자문실은 지난해 4월, 또 다른 대북 소송인의 법원 문건을 북한에 공식 전달했지만, 이 문건이 북한에 도달하는 데 약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게다가 국무부는 이 과정에서 대북 소송인단의 요청을 한 차례 거절하며 진행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번 소송인단의 변호인 역시 외교적 경로를 통한 소장 송달 방식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타의 변호인은 현황보고서에서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외교적 경로를 통한 송달 시도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경우 법원이 적절한 대체 방안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이 언급한 대체 방법은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활용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2023년 10월, 북한에서 훈련받은 일본 적군파 요원의 테러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의 상속인, 부상자, 가족 등 131명은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한 바 있습니다.
이후 법원은 해당 고지가 북한에 소송 사실을 정식으로 통보한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푸에블로호 승조원 등도 북한의 소셜미디어와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을 통해 소송 사실을 알렸으며, 이 역시 법원에서 정식 고지로 인정받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송인단도 소셜미디어와 이메일을 활용한 동일한 방식으로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다른 선택지로는 소송인단이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직접 소장을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과거 케네스 배 씨는 북한대표부에 우편물을 보냈으나, 북한대표부는 이를 즉각 반송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소송 사실 인지’로 간주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일반적으로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따라 북한, 이란, 시리아와 같은 테러지원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88년에 처음으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으나, 2008년에 해제됐습니다. 그러나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됐으며, 현재까지 이 지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