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 대한 형량 선고를 10일에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산불 진압 비용의 100%를 연방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소식 끝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법적 문제와 관련해서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이 9일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 대한 형량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을 담당한 뉴욕주 맨해튼 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예정대로 10일 형량 선고를
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우위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보수 성향 대법원이 6명이고 진보 성향 대법관이 3명인데요. 9일 결정에는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의견에 합류하면서 5대 4로 기각 결정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에서 어떤 이유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형량 선고를 그대로 진행하라고 한 겁니까?
기자)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짤막하게 두 가지 이유를 명시했는데요. 첫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주 법원 재판에서 주장한 증거 위반은 항소의 통상적인 절차에서 다룰 수 있다”는 것과 둘째, “재판부가 간단한 화상 심리 후 ‘무조건 석방’ 선고를 내리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을 감안할 때 형량 선고가 당선인의 책임에 부과하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머천 판사가 무조건 석방하겠다고 이미 밝혔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머천 판사는 앞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할 의향이 없으며, 무조건 석방을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유죄 판결을 내리더라도 구금이나 벌금, 보호관찰 등의 처벌은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힌 겁니다. 또한, 형량 선고 재판에는 피고가 참석해야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화상으로 참여하는 것도 허용했습니다.
진행자) 판사가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왜 굳이 대법원까지 개입시켜서 형량 선고를 막으려고 한 겁니까?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열흘 뒤인 오는 20일에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해도 중범죄자로서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겁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고 또 유죄 평결을 받은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당선인의 성추문 입막음 사건이 어떻게 해서 대법원에까지 가게 된 건지 정리해 볼까요?
기자) 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성추문을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회사 회계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5월 뉴욕 배심원단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34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변호인단은 해당 재판에서 쓰인 증거 중 일부는 대통령의 면책 특권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며 사건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7월에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 재임 때 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면책 특권을 인정했었죠?
기자) 맞습니다. 이 결정으로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연방 특별검사 기소는 결국 기각됐습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의 경우 피고가 이의를 제기한 모든 증거는 면책 대상이 되지 않는, 비공식 행위와 관련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뉴욕주 법원은 이런 검찰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형량 선고를 유예해 달라는 트럼프 변호인단의 요청을 기각했던 건데요. 그러자 트럼프 당선인 측은 연방대법원의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대법원의 결정에 트럼프 당선인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무죄를 거듭 주장하며 머천 판사를 비난했고요.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대법원에서 자신에 대해 불리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대법원이 “나에게 가해진 큰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데 감사하다”며 대법관들을 비난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연방 특검 조사와 관련해서도 새로 나온 법원의 결정이 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당선인의 지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과 백악관 기밀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잭 스미스 특검이 조사를 벌였고요. 두 사건에 관한 보고서가 곧 공개될 예정인데요. 이 보고서 공개를 막으려는 시도가 무산됐습니다. 제11 순회 항소법원은 9일 해당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다고 결정했는데요. 다만, 상고를 위해 보고서 공개를 사흘간 연기하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해당 사건은 이미 기각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작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한 이후,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법무부의 오랜 관행에 따라 스미스 특검이 사건 기각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기밀문서 유출 사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외에 공동 피고인들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밀 문서 유출을 도운 혐의로 기소 된 월트 나우타 씨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클럽 직원인 카를로스 올리베이라 씨인데요. 검찰은 이들에 대해서는 항소를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고 법원에 요청한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동 피고인들은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항소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고요. 해당 사건을 담당한 에일린 캐넌 플로리다주 연방법원 판사는 7일, 이들의 요구에 따라 연방 항소법원이 판단을 내릴 때까지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9일 항소법원이 한시적인 공개 연기는 유지하면서도, 특검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겁니다. 피고인들이 이런 항소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상고할 것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는데요. 상고할 경우 이 사안 역시 연방대법원에서 결정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취임식을 앞두고 이렇게 법적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언급을 해서 눈길을 끌었군요?
기자) 네, 트럼프 당선인이 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러라고 클럽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를 앞두고 “그(푸틴 대통령)가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러시아 쪽에서도 반응이 나왔나요?
기자) 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에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회담을 개최하는 데 있어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며 “필요한 것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상호 열망과 정치적 의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은 미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로 갑니다. LA 일대에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 이 시간을 통해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며칠 만에 상황이 더 심각해졌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산불이 계속 확산하면서 사망자 수가 10명으로 늘어났다고 LA 카운티 당국이 9일 밝혔습니다. 또 아직 불길이 다 잡히지 않은 만큼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지역 소방 당국은 밤새 화재 진압 작업을 벌였고요. 바람이 일시적으로 잦아든 틈을 타 소방헬기를 동원한 항공 작업도 재개됐습니다.
진행자) 집을 떠나 대피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고요?
기자) 네, LA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주민 18만 명이 대피했고요. 20만 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또 수천 채의 주택이 파괴되고 2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태인데요. 할리우드 유명인들의 집도 산불로 전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는 연일 산불 소식이 오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산불이 휩쓸고 간 면적도 엄청나다고 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산불로 소실된 면적이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면적보다 큰 약 136㎢에 달합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전례 없는 역사적인 화재”라고 지적했는데요. 캘리포니아 당국은 LA의 일대에서 5건의 대형 산불이 이어지고 있으며, 서부 해안의 부촌인 펠리세이즈와 이튼 산불 규모가 가장 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면, 피해액도 상당하겠는데요?
기자) 네, 투자 리서치 회사인 모닝스타는 9일 산불로 인한 손실액이 8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예비 추정을 내놓았습니다. 이 회사는 지역 소방 당국을 인용해 화재로 인해 1천100채 이상의 주택이 파괴됐고 2만8천 채 이상의 구조물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피해액이 상당한데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을 거라고요?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산불 진화를 위해 앞으로 180일, 즉 6개월 동안 들어가는 피해 복구비의 100%를 연방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자금이 잔해 제거와 임시 대피소 설치, 구급요원 급여 등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또한 연방 소방관 400명과 소방 헬리콥터와 항공기 30대 등 가능한 모든 연방 자원을 산불 지역에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만큼 이번 산불이 역대급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산불이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파괴적이라고 평가했는데요. 연방 정부의 지원 규모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가 요청한 90% 보다 더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방 의회에서 추가 자금을 승인해야 할 수도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복구 비용 마련을 위해 의회에 당장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