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북러 밀착 속 북중 관계 균열…회복은 시간문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와 급속한 관계 발전이 북한과 중국의 오랜 동맹에 균열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역사적으로 기복을 겪어왔으며, 러시아가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양국 관계의 회복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6일 북한과 중국 관계에 “분명한 이상기류가 있다”며, 양국이 선포한 ‘우호의 해’에도 침묵이 이어진 점을 예로 들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There is clearly something amiss in current PRC-DPRK relations. The silence accompanying the year of ‘friendship’ between the two spoke volumes about strains in bilateral ties.”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고 긴밀하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2023년 이후 북러 정상회담은 두 차례나 열렸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이후로 만나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이 중국에 냉담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중국과의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조중(북중) 우호의 해’를 선포하고, 4월 평양에서 성대한 개막식을 열었습니다. 중국은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파견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연말에는 별도의 폐막식 없이 조용히 ‘우호의 해’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신년 축하 편지를 상세히 보도한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연하장은 베트남, 몽골, 타지키스탄 등과 함께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북한은 중국이 제공하지 않았던 미사일과 전투기 관련 기술을 러시아가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러시아에 지상군 병력까지 파병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 우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북러 관계 강화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As the Russia-North Korea relationship has blossomed, China appears concerned about losing influence in Pyongyang. It is likely that the PRC is also nervously eyeing the burgeoning Moscow-Pyongyang relationship.”

한반도에서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전쟁 방지와 안정 유지인데, 북러 관계의 강화와 북한의 군사적 호전성 증가는 이러한 목표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동아시아학 교수는 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북러 관계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렛대 약화와 북한의 대중 의존도 감소를 경계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I think it’s pretty clear that the Chinese are not entirely happy with the sort of embrace between Russia and North Korea. Anything that in some sense reduces their leverage over North Korea, that makes North Korea less dependent on China is probably not welcome.”

스나이더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가까이 두고 통제하려 하지만, 분쟁과 전쟁은 원하지 않는 ‘위험 회피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 한반도 안정 추구, 북 위협으로 이익”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추구하면서도, 북한이 한국, 일본,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이들 국가를 불안정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호전성이 중국 주변의 긴장과 전쟁 가능성을 높일 경우 이러한 이익이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China has long been of two minds about North Korea. Despite Beijing’s desire for stability and predictability on the peninsula, China also derives benefits from the threat that North Korea poses to South Korea, Japan, and the United States and the ability of Pyongyang to keep those countries off balance.”

“북중 관계엔 늘 기복 있어∙∙∙근본적 관계 변화 없어”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보면, 북중 관계는 냉각기도 있었고 관계가 개선된 시기도 있었다”면서 “현재 북중 관계에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근간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f you look at the history for the past several decades, there’s been periods where there’s been a cooling off in DPRK-PRC relations and then there’s been times when things got better.”

사일러 전 분석관은 다만 현재 북중 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집행에서도 일관성을 보이지 않았고, 북한을 압박하려고도 않지만, 김정은의 (핵∙미사일 등 첨단 군사기술 추구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는 미온적이었다”면서 “반면 푸틴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은은 현재 그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러시아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 굳이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북중러 관계는 거래적 관계”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과 중국 관계의 단절이나 붕괴를 믿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 모든 것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관련 3개국의 관계가 거래적 성격이라는 것을 강조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n my opinion it would be premature to believe in any rupture or disruption in NK-PRC relations. All this does is underscore the transactional nature of any relationship involving the 3 parties you mention: NK, PRC, and Russia.”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가치 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미한 동맹과 달리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거래 관계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이날 VOA의 관련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김정은과 푸틴이 관계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다소 얼어붙었지만, 중국은 북한이나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냉전 구도 형성에는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파트너 국가와의 균열을 원치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여 석좌] “Although China-North Korea relations have experienced a bit of a chill this past year as Kim and Putin strengthen their relationship, Beijing will not disavow North Korea or Russia. Beijing will not want to suggest any rift between itself and its partners, even as it publicly states it is opposed to the formation of Cold War blocs.”

여 석좌는 또 “중국은 한반도에서 안정을 유지하기를 원하며, 또한 러시아가 북한에 에너지와 식량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북한∙러시아와 전략적 3자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중∙단기적으로는 북한, 러시아와 양자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 북러 밀착 막을 수단 거의 없어”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현재 북한은 러시아와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를 막을 수단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이 교역과 경제적 원조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을 러시아의 품으로 더욱 깊숙이 밀어넣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는 “중국이 북중 관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중국은 북한을 더 가까이 끌어들이고, 자신의 영향력과 지배력을 회복하며, 긴장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자국 안보를 해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But China seems likely to use whatever levers it can to draw the DPRK closer, restore its leverage and influence, and prevent tensions from getting out of hand and undermining the PRC’s security.”

“북중 관계 회복은 시간 문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중 관계는 “과거에 비해 확실히 긴장된 상황”이라면서도 “북한은 수십 년간 여러 나라를 서로 대립시키며 이익을 챙겨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김일성 북한 주석도 소련과 중국을 대립시켜 실리를 챙겼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군사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 certainly is strained compared to previous years. But over the decades, North Korea has played off various countries against each other. Even during the time of Kim Il Sung, he played off the Soviet Union and China superpowers against each other.”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지원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나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계속 저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대외 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중 관계는 침체기에 있지만, 결국 경제∙외교 관계가 재개되거나 강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러, 중국 대체할 능력 없어∙∙∙북중러 기능적 관계 유지될 것”

스나이더 교수는 “북한에 있어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과 중국 간의 통합과 의존은 압도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 경제의 90% 이상이 중국과 연결돼 있고, 양국이 긴 국경을 맞대고 있다며, “중국의 오랜 목표는 한반도에서 지배적인 세력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략적 목표이며, 중국이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러 관계를 임시적이고 거래적인 관계로 볼 것”이라며 “러시아는 중국처럼 북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자원이나 역량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교수] “And I think probably they would view the Russian relationship as a more temporary and transactional one. And Russians don’t have the resources or the capability to sustain North Korea in the way that the Chinese do.”

스나이더 교수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북한은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최근 새로운 동맹 관계를 맺어 이것이 중국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중러 3국 관계가 매우 밀접한 3자 관계는 아닐지라도 사실상 기능적인 축(axis)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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