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박영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한국 집권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집행 정지를 지지하면서 윤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반군 연합이 북서부 알레포에 이어 중부 거점 하마까지 장악하면서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남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한국이 지금 극도의 정국 혼란을 겪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3일 밤늦게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가 이를 표결로 저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이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야권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국회에 제출했고요. 시민사회에서도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여당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지지하고 나섰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초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국회에서 이를 부결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기로 뜻을 모았는데요. 하지만 한동훈 대표가 6일 입장을 선회하고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 정지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연합뉴스는 한동훈 대표의 측근 인사의 말을 인용해, 한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탄핵안 가결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한 대표는 왜 입장을 선회한 걸까요?
기자) 한동훈 대표는 이날(6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라는 이유로 체포하려 한 내용을 확인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 대표는 “준비 없는 혼란으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새로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윤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했다는 주요 정치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윤 대통령 소속 정당으로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에 관해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면서 혼란이 더 증폭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관계자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초 윤 대통령이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발언은 한국 국가정보원의 홍장원 1차장의 입을 통해 나왔습니다. 홍 차장은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조태용 원장은 또 국정원은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체포에 관여할 인력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여당에서 이탈 표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가결됩니다. 따라서 재적의원 300명 중 20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 하는데요. 야당 의원들 190명이 전원 다 찬성하고 무소속 의원 1명과 무소속 국회의장이 찬성한다 해도 192표로 8표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야권은 탄핵소추안과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비위 의혹을 조사하는 특검법 재표결을 함께 처리하기로 했었습니다.
진행자) 왜 그런 거죠?
기자) 앞서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정하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었는데요. 하지만 특검법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그러니까 김건희 특별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여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와야 하는 상황인데요. 표결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만큼 여당 의원들의 이탈 표를 기대해 보겠다는 게 야권 측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가 사실상 탄핵 지지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계엄 사태를 막았는데요. 당시 한동훈 대표도 표결에 참여했습니까?
기자) 한동훈 대표는 현직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4일 새벽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는데요. 1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동참했습니다. 법무장관 출신인 한 대표는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아직 당내 지지기반이 넓지 않은데요. 이른바 친한계로 알려진 이들 18명 중 8표만 나오면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탄핵안 표결은 언제 있습니까?
기자) 탄핵안 표결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하는데요. 야당 의원들은 5일 0시 48분,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6일 0시 49분부터 8일 0시 48분까지 표결이 가능한데요.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 앞당겨 7일 오후 5시에 표결한다는 입장입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기자들에게 “내일(7일) 오후는 일단 예정이며, 변동사항이 있으면 긴급히 본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말해 표결 시간이 더 당겨질 수도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 장관이 한국 방문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더 이상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로이터’ 통신 등 여러 언론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두 명의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오스틴 장관은 당초 가까운 시일 내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리는 또 오스틴 장관의 한국 방문 취소는 한국 정부와 협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5일, 오스틴 장관이 다음 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중동으로 가봅니다. 시리아 반군이 빠르게 남하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슬람 무장 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가 주도하는 시리안 반군 연합이 지난주, 북서부에 있는 제2의 도시 알레포를 장악한 데 이어 5일에는 하마까지 점령했습니다. 하마는 시리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남쪽에 있는 수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중부 거점 도시입니다.
진행자) 하마에서 다마스쿠스까지는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기자) 약 200km 떨어져 있습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거리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요. 하마는 특히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을 때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곳입니다. 당시 아사드 정부는 무력으로 이들을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하마에 진입한 반군들은 도시 곳곳에 있는 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뜯고, 아사드 대통령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동상을 부쉈습니다. 반군들은 다음 목적지는 홈스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홈스는 아사드 대통령에게 특히 중요한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홈스에 아사드 대통령 고향 마을이 있습니다. 또 수도와 해안을 연결하는 사실상 다마스쿠스의 관문으로, 홈스에는 러시아 해군기지도 있는데요. 반군들이 홈스까지 점령하면, 시리아의 가장 큰 도시 3곳을 장악하는 것이고요. 수도와 해안을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AP 통신에 만일 반군이 홈스까지 점령하면, 이는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반군들은 이미 홈스로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전쟁으로 어지러운데요. 여기에 시리아 사태까지 더 해지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리아는 오랜 내전에 시달려 왔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소강 국면을 보였습니다. 시리아 반군 연합이 이렇게 주요 도시를 빠르게 장악하며 아사드 정부를 위협하는 데는 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의 국제 정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역내 전쟁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있다는 건가요?
기자) 네.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이란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시리아에 소홀해진 틈을 타 반군 연합이 기습적으로 공격하며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시리아 정부 쪽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시리아 정부군은 5일, 반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테러 집단이 하마 내부로 진입했다면서 사실상 하마 함락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일, 아사드 정부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다짐하며, 적절한 수준에서 계속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시리아의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주, HTS는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 조직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시리아 내분 사태의 완화와 민간인 보호를 원하며, 궁극적으로 시리아 국민들이 스스로 지도자를 결정할 수 있는 정치적 과정이 진전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칩니다. 박영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