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곳곳에서 폭발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와 무전기는 이스라엘이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사건에 관해 브리핑 받은 전·현직 정보 당국자 12명을 취재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자는 이스라엘을 폭발 사건 주체로 거론하면서 “이번 작전은 복잡하고 오랜 과정을 거쳐 준비됐다”고 신문에 밝혔습니다.
◾️ 호출·무전기 연쇄 폭발
레바논에서는 지난 17일 오후 3시 30분께 무장정파 헤즈볼라 거점을 중심으로 무선호출기 수천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12명이 숨지고 2천700명 넘게 다쳤습니다.
피해자 대다수는 헤즈볼라 조직원이었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도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날(18일)에는 무전기들이 폭발해 20명이 추가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다수 사상자가 나온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헤즈볼라 측은 대이스라엘 보복을 다짐한 가운데,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의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사건 수습 등에 지원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사건들에 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 “기존 제품 변형 아냐”
폭발한 무선호출기에는 타이완 브랜드, 무전기에는 일본 브랜드가 붙어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들에 누군가 몰래 폭발물과 기폭장치를 넣어 헤즈볼라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해당 제품들은 사후 변형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스라엘 측이 만들어 헤즈볼라에 공급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 “페이퍼 컴퍼니 활용”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해당 기기를 판매한 곳은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이 신문은 헝가리에 있는 무역중개회사 ‘BAC 컨설팅’을 지목하면서, 이 회사는 이스라엘이 위장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하며 기기를 만든 건 이스라엘 정보당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몇 년 전부터 외부에 페이퍼 컴퍼니를 차려놓고 기회를 엿보다가 제조단계에서부터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삽입된 ‘특수제품’ 수천 개를 헤즈볼라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미 국무 “알지 못했고 관여도 안 해”
이번 사건에 관해 미국은 사전에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8일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해 바드르 아델라티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하고 “우리는 (무선호출기 폭발에 관해) 정보를 모으고, 팩트(사실)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CNN에 따르면 레바논 현지 무선호출기 폭발 사건은 블링컨 장관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조율을 위해 이집트로 가는 도중에 발생했습니다.
당시 미 외교 당국자들은 비행기에서 TV로 실시간 뉴스 속보를 접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 백악관 “확전 원치 않아”
이에 관해 미국 정부는 비공식 대화 채널을 통해 이란 당국을 접촉했다고 CNN이 전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미 당국자는 이 방송에 말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18일) 브리핑에서 “어떤 종류의 확전도 원치 않으며 이 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추가적인 군사적 작전이라고 전혀 믿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 “휴전안 18 단락 중 15개 합의”
한편, 이날(18일) 카이로 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안 18개 단락 가운데 15개가 합의됐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몇 주 동안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하면서, 남은 3개 단락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차는 ‘정치적 의지’에 의해서만 메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