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해외 안전 검사 ‘전무’…“중국 묵인 가능성”


최근 북한 선박의 해외 운항이 크게 늘었지만 올해 현지에서 안전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아직까지 단 1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때 수백 건에 이르던 안전 검사 횟수가 0건으로 집계되면서 중국이 고의로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는 올해 안전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이 단 한 척도 없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북한 선박이 마지막으로 검사를 받은 시점은 작년 9월 30일입니다.

당시 북한 선박 달마산호가 중국 다롄항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후 약 1년 가까이 어떤 북한 선박도 검사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회원국은 자국 항구에 기항한 선박을 무작위로 선정해 안전 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항만국통제(PSC)로 불리는 이 검사는 국제협약에서 요구하는 사항의 이행과 안전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해, 각국이 해당 선박에 ‘정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 선박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엔 총 275척이 안전 검사를 받았고, 제재로 선박의 운항이 급감한 2019년에는 51척이 검사 대상이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엔 13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으며, 2021년엔 1척이, 2022년엔 한 척도 검사를 받지 않다가 지난해 4척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얼핏 보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가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북한 선박의 운항이 크게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최근 VOA는 선박의 운항 기록을 분석해 최근 일주일 간 해외 항구, 공해상에 운항 기록을 남긴 북한 선박이 70척이 넘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일주일 단위로 포착되는 선박이 10척 미만이었던 2019년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때보다 운항이 최소 7배 늘어난 것입니다.

물론 무작위로 검사 대상 선박을 선별하는 만큼 의도치 않게 북한 선박들이 안전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선박들에 대한 검사가 활발한 상황에서 유독 북한 선박만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국 깃발을 단 선박을 살펴보면 올해 한국은 630척이 검사 대상이었으며, 중국과 일본 선박도 각각 693척과 120척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현재로선 북한 선박의 사실상 유일한 행선지인 중국과 러시아의 항만 당국이 고의적으로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를 회피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14일 VOA에 “항만국 통제(PSC) 검사는 선박의 기항 여부를 확실히 확인해주며, 검사 횟수는 무역의 증가 또는 감소 여부를 알 수 있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 “PSC inspections confirm without a doubt that a ship has made a port call and the number can be used to confirm whether trade is increasing or decreasing. By not doing PSC inspections it makes a denial of both assertions very easy. This absence of information can only be construed as deliberate to conceal NK shipping going to China and its relative frequency. It’s also known as ‘plausible deniability.’”

그러면서 “항만국 통제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 두 가지 사실(선박 기항과 무역 증감 여부)을 매우 쉽게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정보 부재는 북한 선박이 중국으로 향하고 그에 따른 (방문) 빈도를 감추기 위한 고의적인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는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사무국은 지난해 VOA의 관련 질의에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새로운 검사 제도에 따라 각 항만 당국이 사용 가능한 검사 장비와 항구 내 선박 수를 고려해 검사 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결정한다”며 “(위원회) 사무국은 항구 내 선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역량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이어 “사무국은 중국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회피하는 정책을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며 “(위원회는) 일종의 전문 기구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를 누락한 배경을 질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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