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넷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어쩔 수 없는 교회지기”.
댈러스에서 열린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섬기기 위해 참으로 오랜만에 주일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홍윤기 목사님께 주일 설교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주일 저녁에 집사람이 이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목사님, 이번 설교에는 목사님이 갓생 시리즈를 계속하시되 6.25와 관련된 예화를 삽입하여 영상으로 녹화해 놓고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당장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내가 홍윤기 목사님께 모든 걸 맡겼는데, 어떻게 그걸 번복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집사람이 자꾸 저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기도해 보고 생각해 보세요. 저는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전화를 끊고 기도를 하니까 아닌 게 아니라 성령의 깊은 감동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스트레스와 함께 저는 부랴부랴 설교 원고를 준비하였습니다.
제 목적은 메타버스처럼 제가 현장에서 설교하는 것같이 느껴지게 하는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녹화를 할 때도 현장에서 설교하는 것처럼 영상을 찍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주일 당일 현장에서 말씀을 듣는 성도들의 모습을 잘 편집하면 좋은 설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보는 분들은 영락없이 제가 현장에서 설교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아니, 현장에 있는 분들도 그렇게 느껴지도록 욕심을 내보았습니다.
그래서 1, 2, 3, 4, 5부 예배 앞과 뒤는 별도로 녹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현장 모습을 배합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감독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시간상 방송과 유튜브로 나갈 3부 예배를 중심으로 영상 편집을 감독하였습니다. 나머지는 방송실에 맡겼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실시간 유튜브로 주일 1부 예배 설교를 듣다가, 편집이 잘못된 걸 발견했습니다. 1부와 3부 설교의 첫 부분이 꼬여버린 것이죠. 그래서 당장 방송실에 전화를 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방송실에서도 2부, 3부, 4부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 살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순간부터 신경이 바짝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늦은 밤까지 자지 않고 2부, 3부까지 다 모니터링을 하였습니다. 아니, 모든 예배를 다 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약을 먹고 잠을 청하였습니다. 홍 목사님께 “4부는 더 이상 참여를 못하니 알아서 예배를 잘 인도해 달라”고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잠든 지 40분도 안 되어서 다시 깼습니다. 그래서 4부 예배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니터링을 하였습니다. 4부 예배 현장에서 말씀에 집중을 하고 잘 듣는 젊은 형제, 자매들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억지로 잠을 청하였는데 30-40분 지나서 또 깼습니다. 그래서 5부 예배 설교를 모니터링하였습니다.
그 후 저는 방송과 유튜브에 나갈 편집본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이제는 진짜 자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녁예배 때 설교를 할 이재훈 목사님과 문자를 나누고 다시 약을 먹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요? 이재훈 목사님이 설교할 때쯤에 다시 깬 겁니다. 그래서 이재훈 목사님 설교를 다 들었습니다.
저녁예배가 끝나고 나니까 미국은 환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댈러스로 가는 비행기에서도 바로 옆자리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아이가 시도때도 없이 소리를 질러서 잠을 못 잤습니다. 다음날 저녁도 잠을 못 자고 행사를 하고 주일설교를 했으니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제가 봐도 두 눈은 충혈 되고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주일 설교를 마치고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생각해 보니, 제가 봐도 저는 어쩔 수 없는 교회지기로 부름받은 하나님의 종이었습니다. 설교 녹화만 안하고 왔어도 이 정도까지는 신경을 안 썼을 텐데, 점검을 하느라 너무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함께 동행한 김종대, 이철휘, 서정열 장로님께서는 예비역 장군 입장에서 볼 때 “호국보훈의 달에 아직까지 이런 설교는 없었다”고 말씀을 하는 것입니다.
하긴 저도 생각해 보니 본문에 충실하면서도 6.25의 사례를 들어 적용하는 이런 깊은 설교는 처음인 것 같았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밤을 지새우며 저녁예배까지 함께 드린 것도 근래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생각해 봐도 필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새에덴의 교회지기인것 같습니다. 더구나 저는 귀국하자마자 수요 오전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는 대명 비발디 콘도에 가서 3,500명이 모여든 전국장로회 부부수련회를 인도했습니다.
그러나 호텔 특실을 거부하고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교회지기이기 때문이죠.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저도 남은 생애를 어쩔 수 없는 교회지기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