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의사당을 찾아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졌습니다. 총기 문제가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등장한 가운데, 미국 대법원은 반자동 소총이 기관총처럼 발사되게 하는 장치, ‘범프 스톡’을 금지한 정책을 폐기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어서 재력가의 지원으로 공짜여행을 다녀 논란이 된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 대법관이 추가로 여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의회 의사당을 찾았군요?
기자) 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공화당 의원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의사당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2020년 대선 패배로 백악관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의사당에서 의원들과 만난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6일 발생한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연방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이고, 최근엔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공화당 잠정 대선 후보로서 대담하게 의사당에 도착했다”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 날이 트럼프 전 대통령 생일 전날이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의사당 인근 ‘캐피털 힐 클럽’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조찬 회동을 했는데요. 참석한 의원들이 단체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생일 선물도 있었는데요. 하원의원들은 바로 전날 열린 의회 연례 자선야구대회에서 사용한 방망이와 공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고요. 이후 상원의원들은 45대 대통령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기원하며 숫자 45와 47 양초가 꽂힌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의원들의 회동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습니까?
기자)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만남은 약 1시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훌륭한 만남”이었다며, “많은 논의가 있었고, 모두 긍정적이고, 훌륭한 여론조사 수치”가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회동에 참석한 의원들은 어떤 반응이었죠?
기자)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늘 아침 엄청난 에너지와 흥분, 열정을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존슨 의장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 뒤집기 의혹과 기밀 유출 의혹으로 두 차례 연방 기소되고, 최근 뉴욕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게 된 배후에 민주당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어 “맨해튼에서 벌어진 끔찍한 가짜 재판에 대한 평결이 나온 후 24시간 만에 5천3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만남은 어땠습니까?
기자) 이 모임은 의사당 인근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건물에서 역시 비공개로 진행됐는데요. 이 자리에는 특히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가 함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하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원 공화당 1인자인 매코넬 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까지만 해도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한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매코넬 대표가 쓴소리를 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졌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제 매코넬 대표가 입장을 바꾼 건가요?
기자) 네, 매코넬 대표는 공화당 지도부 가운데 끝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가 지난 3월 이른바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하며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 짓자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날 회동과 관련해서는 매코넬 대표가 뭐라고 밝혔나요?
기자) 매코넬 대표는 “우리는 매우 긍정적인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었고 악수도 여러 차례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상원 회동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동 뒤 일부 상원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공화당에는 엄청난 단결력이 있다”며 당의 결속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서, “우리는 전 세계의 비웃음을 받고 있는 지도자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바꿀 것이다. 그것을 빨리 뒤집을 것이다”라며 대선 승리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단결을 강조했는데,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 않은 공화당 의원은 없었나요?
기자) 있었습니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과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등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일부 의원들은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탄핵소추 됐을 때 바로 이 두 의원과 밋 롬니 의원 등은 상원 탄핵 심판에서 ‘유죄’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동과 관련해 민주당 쪽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여러 민주당 의원이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비판했는데요.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바이든 캠프는 의회 주변에 전광판을 설치하고 의사당 난입 사태 장면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건물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의사당 인근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한 것은 그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은 연방 대법원 판결입니다. 미국 대법원이 반자동 소총의 자동 연속 사격 장치를 금지한 정책을 폐기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연방대법원은 14일 반자동 소총이 기관총처럼 발사되게 하는 ‘범프 스톡’에 대한 금지조치가 연방법률에 위배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은 6대 3의견으로 결정됐습니다. 범프 스톡 금지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던 텍사스주 오스틴의 총기 판매점 주인이자 총기 권리 옹호자인 마이클 카길 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진행자) 해당 판결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 주시죠.
기자)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범프 스톡이 장착된 반자동 소총을 머신건 즉, 기관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범프 스톡이 반자동 소총을 기관총으로 변환시키지 않고, 단지 개별적 발사 간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부품은 소총의 견착부에 장착이 되는데요. 발사 때의 반동 에너지를 활용해서 총알이 기관총과 비슷한 속도로 발사되도록 해줍니다.
진행자) 그런데 범프 스톡이란게 뭔가요?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기자) 네. 범프 스톡은 반자동 소총의 연사력을 높여서 자동소총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범프 스톡이 장착되면 총의 연사 속도가 빨라지는 거죠. 대량의 목표물을 상대로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연방법은 기관총 판매 또는 소지를 금지하고 있고,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범프 스톡이 장착된 총을 기관총이라고 본다면, 이런 처벌을 받을 겁니다. 2019년 금지령이 발효됐을 때 미국에는 약 52만개의 범프 스톡이 유통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범프 스톡 금지령이 내려진 것은 라이베이거스 총격사건 때문이었나요?
기자) 네. 맞습니다. 해당 금지조치는 2017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격사건 때문에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도입됐습니다. 당시 총격범은 범프 스톡이 부착된 총기를 사용해서 11분간 1천발 이상의 총알을 발사했고, 이로 인해 58명이 숨졌습니다. 생각해보면 분당 1백발 이상 사격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통상적으로 민주당은 엄격한 총기 규제를 선호하는데요. 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입장이겠군요.
기자) 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에 대해 “중요한 총기 안전에 대한 규정을 없앤 것”이라면서 “미국 국민은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대형 참사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아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도입된 해당 금지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도 지지를 했었습니다. 연방 관리들은 지속적인 총기 폭력에 직면해 있는 미국의 공공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해 왔습니다.
진행자) 대법원 결정이 6대 3으로 내려졌으니, 판결 과정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겠네요.
기자) 네.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는 “오리처럼 걷고, 오리처럼 헤엄치고, 오리처럼 꽥꽥거리는 새를 보면 나는 그 새를 오리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범프 스톡이 장착된 반자동 소총은 수동 재장전 없이 자동으로 여러 발이 발사되므로 기관총으로 불러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법원이 이날 머신건에 대한 정의를 버리고, 일반적인 의미와 일치하지 않는 다른 정의를 내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총기 규제론자들도 상당히 반발을 했겠는데요.
기자) 총기규제 옹호단체인’ Everytown for Gun Safety’의 존 페인블라트 회장은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범프 스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의회에 촉구했습니다. 이어 범프 스톡이 장착된 총은 기관총처럼 발사되고 기관총같은 살상력을 가졌기 때문에 기관총처럼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도 연방 대법관 관련입니다. 향응 논란이 일었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관련해서 추가적인 내용이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억만장자 후원자의 지원을 받아 공짜여행을 다닌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실제로 공짜여행을 더 갔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법원에 대한 윤리 조사를 진행 중인 상원 법사위원회 딕 더빈 위원장은 13일, 공화당 거액 기부자 할런 크로 씨가 토머스 대법관에게 최소한 3차례 추가 여행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법사위원회가 어떻게 확인한 내용일까요?
기자) 더빈 의원장은 관련 정보를 크로 씨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상원 법사위원회는 작년 11월, 대법관 윤리 조사의 일환으로 크로 씨에 대한 소환장 발부를 결정했고요. 이에 따라 크로 씨가 관련 세부 정보를 제공하게 된 건데요. 이 정보에 따르면 토머스 대법관은 2017년과 2019년, 그리고 2021년에 크로 씨의 전용기를 타고 세 차례 여행을 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토머스 대법관이 자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향응 논란이 이어지자 토머스 대법관은 지난 7일 수정된 자산 내역을 공개했는데요. 지난 2019년 크로 씨로부터 두 차례의 여행을 지원받았지만 부주의로 당시 신고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상원 조사 결과 신고하지 않은 여행이 이 외에 세 건이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진행자) 토머스 대법관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시작된 거죠?
기자) 작년 4월 초 인터넷 매체인 ‘프로퍼블리카’의 보도가 시발점이었습니다.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이 매년 여름마다 텍사스 댈러스 지역 기업인 크로 씨 소유의 개인 리조트에서 머물러 왔고 부부동반으로 크로 씨 전용기를 타고 해외 요트 여행을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 토머스 대법관이 크로 씨와 부동산 거래를 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크로 씨는 해당 보도에 대해 친구들끼리의 모임으로 토머스 대법관에게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고요. 토머스 대법관은 법원과 관련이 없는 사람과 주고받는 호의에 대해선 신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토머스 대법관 외에 보수 성향인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 역시 공화당 후원자와 함께 전세기를 타고 호화여행을 다녀왔지만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또 일부 대법관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대학에서 강연하고 자신의 저서를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법관에 대한 윤리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법원 밖에서 거세게 일었고요. 결국 대법원은 작년 11월 자체적인 윤리강령을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윤리강령을 채택했는데도 상원이 대법관 윤리 문제를 조사 중인 건가요?
기자) 네, 민주당 의원들은 구속력이 없는 윤리강령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윤리강령을 발표하며 “우리가 그동안 오랫동안 지켜온 윤리강령을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요구사항을 부과하지는 않았고, 준수 여부도 대법관 개인에게 맡겼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의회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또 드러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더빈 의원은 성명에서 이번에 드러난 새로운 정보는 “대법원에 집행 가능한 행동강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상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2일 대법원이 구속력 있는 윤리강령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