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2차 베이비부머가 주목할 만한 노후 대비 ‘집테크’ 포인트
한국에서 노후 대비 핵심은 역시 주택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고령자의 주거 안정이나 주택을 매개로 한 노후 준비를 돕고자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가령 5월 20일부터 실버타운으로 이주해도 주택연금을 계속 수령할 수 있도록 가입 조건을 완화하는 등 주택연금 보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차 베이비부머 자산 83%가 주택 등 실물자산
이제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다. 전체 인구의 30%(약 1337만 명)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에 따른 결과다. 이들은 크게 1955~1963년 태어난 만 61~69세 1차 베이비부머(약 722만 명)와 1968~1974년 출생한 만 50~56세 2차 베이비부머(약 615만 명)로 나뉜다. 1차 베이비부머는 이미 은퇴기를 맞았고, 2차 베이비부머는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로 자산이 가장 많은 연령대다.
생애주기에서 자산 규모가 정점을 찍은 나이에도 노후 대비는 녹록지 않다. 당장 보유한 자산이 집 1채인 경우가 다인 은퇴 준비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전국 2차 베이비부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평균 총자산은 7억48590만 원이며, 이 중 주택을 포함한 실물자산 비중이 83%(6억1952만 원)에 달했다. 현재 50대에 접어든 2차 베이비부머는 5년 내 은퇴를 예상하고 있으나, 그 후에도 경제적 이유나 자아실현, 사회적 유대감 형성 등 다양한 이유로 최소 5년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서울 거주자의 86%, 수도권 거주자의 78%가 은퇴 후에도 서울 등 수도권 거주를 희망했고, 선호 주거 형태로 아파트(63.9%)를 꼽은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후에 일과 삶을 유지하면서 여윳돈도 마련하려면 주택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핵심일 수밖에 없다. 은퇴 후 삶을 준비하는 2차 베이비부머가 참고할 만한 주택 재테크 전략 4대 포인트를 짚어봤다.
① 2차례 주택시장 사이클 대비해야
우선 실물자산 비중을 적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적정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경우마다 다르기에 일률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은퇴 후에도 적어도 30여 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기에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과거 추이를 보면 지금까지 주택시장의 상승과 하락 대순환 주기는 10~15년에 걸쳐 나타났다. 앞으로 30년 이상 살아갈 은퇴자 입장에선 최소한 2차례 주택시장 사이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인구가 집중된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하락기에도 하방 경직성이 강하고, 주택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패턴을 보였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98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연평균 6.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충분한 현금 흐름이 유지되는 시점까지 섣불리 매각하지 않는 게 인플레이션 등 자산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②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 판단이 핵심
최근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하는 이가 적잖다.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 1주택자가 본인 소유 집에 살면서 연금을 받는 대표적인 노후 준비 상품이다. 개시 연령에 따라 확정된 금액을 종신까지 매달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주택연금은 사실상 주택을 담보로 한 이자 후불제 대출상품이다. 개시 시점 주택 가격에 따라 추후 받는 연금 액수가 달라지므로 집값 상승기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가령 현 시세가 8억 원 내외인 59㎡(이하 전용면적) 아파트의 경우 60세 가입자가 종신 지급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 정액형 지급액은 월 158만3000원이다. 같은 가입자가 2년 전 가격 하락 시점에 6억 원 시세에서 가입했다면 월 118만7000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한다면 집값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가입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
③ 주택 다운사이징 후 차액은 연금형 금융상품으로
노후 재태크 일환으로 거주와 투자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자녀에게 여전히 상당한 돈을 들이면서 부모도 봉양해야 하는 대다수 베이비부머에게 은퇴 준비는 여의치 않다. 그런 점에서 우선 똘똘한 한 채 만들기 전략에 집중하는 것도 의미 있는 방법이다. 입지 좋은 주택을 마련해 퇴직 후 세입자를 들이고, 자신은 비교적 저렴한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다운사이징 브리지’ 전략은 사적 영역에서 가장 보편적인 노후 대비책이기도 하다. 주택 가격이 장기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시장 가격에 따른 전월세 상승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주택을 다운사이징할 경우 생활자금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 하는지, 자녀 결혼이나 대출 상환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지 구분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만 한국은 서울 도심권이나 강남 등 월세 수요가 많은 곳이 아닌 경우 월세에 집값 흐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보유한 집이 고소득 계층이 월세를 선호하는 지역에 있지 않다면 월세형 다운사이징의 노후 대비 효과는 크지 않다. 가령 서울 강남의 전세가 14억 원 85㎡ 아파트를 월세로 놓으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5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은평구에서 같은 평형 전세가 7억 원 아파트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0만 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사는 집은 전세를 놓고, 인근의 작은 평형이나 하급지 동일 평형 전세로 낮춰 간 후 차액을 연금형 금융상품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전월세 수요 많은 서울 핵심지 ‘똘똘한 1채’ 최고 대비책
④ 은퇴 후 차입에 유리한 알짜 아파트 주목
차입이 유리한 쪽으로 자산을 배치하는 전략도 있다. 대개 자신이 은퇴했음을 실감하는 계기는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줄거나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될 때다. 현금 흐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택가치가 높아도 대출이 제한된다. 따라서 은퇴 후 목돈이 필요할 때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안정적으로 월세 수입이 생기는 수익성 부동산을 보유했다면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세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전세 수요가 많은 곳에 자리한 주택은 은행 대출 이상으로 유용한 자산이 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은퇴를 앞둔 중장년의 주택 재테크 대상으로는 준공 후 10년 이내 신축이나 준신축 등 전세 수요가 많고 전세가도 비교적 높은 대단지 아파트가 적합하다. 기본적으로 전세를 놓을 주택이니 학군, 교통, 일자리, 편의시설 등이 집중된 곳이면 더욱 좋다. 은퇴 후에는 적극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늘리는 투자가 어렵다. 따라서 그 전에 미리 알짜 입지 아파트를 매입해놓는 게 최적의 노후 대비 재테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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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41호에 실렸습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