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A 중소벤처기업은 업황이 부진하고 투자 유치가 안 된다는 이유로 1년에 걸쳐 직원 25명의 임금과 퇴직금 약 17억 원을 주지 않다가 최근 고용노동부에 적발됐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36번에 걸쳐 임금 9억 원을 주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용부는 A 사처럼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의심되는 회사 119곳과 건설현장 12곳에 대해 올해 9~11월 기획감독을 실시했다고 3일 발표했다. 그 결과 92곳에서 총 91억 원의 체불임금을 적발됐다. 단일 기획감독에서 적발된 체불금액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적발된 회사들은 대부분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B 병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이 어렵다며 1년 3개월에 걸쳐 직원 25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5000만 원을 주지 않았다. 이 병원은 앞서 16차례에 걸쳐 2억 원에 이르는 임금체불이 발생한 곳이다.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임금이나 각종 수당을 계산해 법정 기준보다 적게 준 곳도 많았다.
C 지역농협은 직원들이 주말근무를 하면 연장근로수당보다 적은 일정액의 당직비만 주는 방식으로 3년간 직원 134명에 수당을 법정 기준보다 2억4000만 원 적게 지불했다.
고용부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감독을 한 건설현장 12곳에서는 불법 하도급 사례 2건이 적발됐다. 또 하도급업체들이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개개인에게 직접 주지 않고 현장팀장에 일괄적으로 나눠주는 등의 법 위반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번에 적발된 체불임금에 대해 청산 계획을 제출받은 뒤 이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임금체불 익명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불시 기획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근로자 삶의 근간을 훼손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근절해가겠다”며 “국회에서도 반복, 상습 체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통과시켜달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 신용제재, 정부 지원 제한 등의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