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에서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8일 이를 ‘가짜 선거’로 규정하는 성명을 내고 효력이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러시아는 오는 10일 전국 지방 행정 수장과 지방 의원 등을 뽑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 4개 점령지에서 사전투표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가을 러시아가 병합 처리한 이들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선거로 러시아 본토는 물론 점령지에서도 지방의원을 선출하고, 지방의원들이 행정 지도자를 선출합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8일) 점령지 중 한 곳인 헤르손에 미사일이 떨어져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피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미사일 공격의 세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니콜라이 불라예프 러시아 중앙선관위원회 부국장은 “헤르손에 가해진 미사일 공격으로 선관위는 예비 비행장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국제법 위배…주권 침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 “러시아가 임시점령한 지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국제법에 위배되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어서 “(이번 선거는) 어떠한 법적 결과도 없을 것이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오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하고 국제사회는 공식적으로 해당 지역들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종전 협상을 위해 이들 4대 점령지와 함께,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까지 5곳을 모두 반환할 것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틀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전날(7일)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서 실시 중인 러시아의 투표는 가짜 선거이며 불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선거가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고유 영토에 관한 러시아의 어떤 주장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필요한만큼 오래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미국이 러시아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투표 불참 호소
우크라이나 측은 해당 점령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측 지방선거에 불참하라고 촉구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저항센터(NRC)는 지난달 31일 “러시아인이 임시 점령 지역에서 가짜 지방 의회와 ‘입법 기관’에 관한 ‘선거’를 실시하기 시작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군을 대동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우크라이나인 집을 돌아다니며 투표 의사가 있는 사람을 식별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인은 점령자(러시아 측)에게 문을 열지 말고, 가능하다면 ‘사전 투표’ 기간에는 해당 지역이나 집을 떠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