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6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도착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크이우 시내 전쟁 희생자 묘역을 방문했습니다.
이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10억 달러 넘는 규모의 추가 지원 방침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 데니스 슈미할 총리 등과도 회동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가 당면한 에너지·안보·인도적 필요를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블링컨 장관의 이번 일정이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블링컨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직전 방문은 지난해 9월 사전 공지 없이 진행됐습니다. 같은 해 4월에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함께 크이우를 찾았습니다.
■ “우크라이나 방어 계속 도울 것”
블링컨 장관의 이번 우크라이나행은 전날(5일) 일부 언론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미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같은 날(5일)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진행 중인 탓에 보안 문제로 인해 일반적으로 다른 주요 인사들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때 사전에 일정을 공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국민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당하고 항구적인 평화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제안을 매우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관련 현안을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는 이런 논의에 참여하는 데 계속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파텔 수석 부대변인은 아울러 “미국이 계속해서 할 일은 우크라이나 협력국과 함께 서서 우크라이나가 자주적으로 방어하고, 영토를 보전하고, 주권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보장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격전지 로보티네 포기 인정
러시아군이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서 퇴각했다고 러시아 당국이 6일 공식 인정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로보티네 탈환을 선언한지 9일 만입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예브게니 발리츠키 자포리자 군-민합동행정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TV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이 마을(로보티네)을 전술적으로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포기 이유에 관해 “완전하게 뿌리박을 가능성이 없을 때 텅 빈 땅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발리츠키 위원장은 또한 “러시아군은 (인근) 언덕으로 후퇴해 주요 고지를 차지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아래 쪽에 있다”면서 “이 같은 위치는 러시아군에 만족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보티네를 우크라이나군에 내준 것은 패퇴가 아니라, 전술적 후퇴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발리츠키 위원장은 이 지역에서 지난달 말 진행된 격렬한 전투로 로보티네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말했습니다.
■ 양측 치열한 전투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가 로보티네 탈환을 발표한 뒤에도 퇴각을 인정하지 않아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5일 일일 전황 브리핑에서도 러시아군이 로보티네 인근에서 두 차례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초 로보티네를 점령했었습니다.
올해 6월 초 점령지 탈환을 위해 ‘대반격’을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방어선의 핵심 진지인 로보티네를 탈환하기 위해 7월 말부터 한 달 반여에 걸쳐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3개월을 넘긴 ‘대반격’을 통해 남동부 전선 여러 곳에서 러시아의 첫 번째 방어선을 돌파하는 중요한 전과를 올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로보티네를 탈환하고 베르보베를 향해 진군한 우크라이나군의 다음 목표는 토크마크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곳은 자포리자주 핵심 도로 5개가 교차하는 교통 중심지입니다.
우크라이나 남부를 대표하는 요충지여서, 토크마크를 장악하면 최근 정체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됩니다.
남부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고 아조우해(아조프해)에 도달한 뒤 크름반도와 러시아의 동부 점령지를 잇는 회랑을 끊어 내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전략입니다.
러시아군은 크름반도를 거치는 육상 교통로를 통해 본토로부터 탄약을 비롯한 군수 물자를 조달해 왔으며, 병력 진출로로도 활용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회랑을 끊으면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를 차단하는 동시에, 러시아 점령지를 돈바스(도네츠크·루한시크) 서북과 자포리자·크름반도 동남으로 가를 수 있습니다.
■ 러시아 “우크라이나군 목표 달성 못해”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키예프(크이우) 정권은 3개월 동안 반격을 시도하느라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대는 어떤 전선에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측이 반격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서방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서라면서 그럴수록 전쟁이 길어질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전선 방어망을 계속 강화하고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고 러시아 매체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최전방 방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전선을 방문했습니다.
바흐무트는 지난 5월 러시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 병력들에 점령당한 뒤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을 위해 수개월째 공세를 벌이고 있는 곳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지 장병들에게 “전우들과 함께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있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밝히고 “여러분의 건강과 승리를 기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에도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등지 최전방 부대를 시찰하고 장병들을 격려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