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87)이 27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독립 운동가 5인,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국방부 장관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민족적 양심을 저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부 장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 회장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이 회장은 육사 내 독립 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하고 백선엽 장군 흉상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백선엽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쌓은 공훈은 평가 절하하지 않고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분은 당초 군인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애국 차원에서 시작한 게 아니다. 일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일제에 충성하는 길도 마다하지 않고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선엽 장군과 다섯 영웅은) 급수 자체가 다르다. 도저히 비교할 수 없다”며 “나라 찾기 위해 생명을 걸고 투쟁하신 분들은 홀대하면서 운 좋은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는 이런 불합리한 현상을 그대로 두고 귀하가 반역사적인 결정을 한다면 나와 우리 광복회는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철거된 흉상들을 독립기념관 수장고 등으로 이전해 보관을 추진한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서는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한 귀퉁이에 넣게 된다면 차라리 파손해 흔적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며 “왜 위인들의 흉상이 당신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남아서 부담을 주어야만 하나”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방부는 육사 내 충무관 중앙 현관 앞에 설치돼 있는 독립 운동가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공산주의 국가인 북의 침략에 대비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 고려 시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 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 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육사 생도 교육 건물 중앙 현관에서 다른 지역으로 독립군 광복군 영웅 흉상 이전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