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군의 장거리 초음속 전략 폭격기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가운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도 이틀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아 주요 공항 4곳이 일시적으로 폐쇄됐습니다.
22일 주요 매체들은 러시아 서북부 노브고로드주의 솔치2 공군기지에 배치된 러시아 공군의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투폴레프(Tu)-22M3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당해 파괴됐다고 전했습니다.
보도 파장이 확산하자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19일 우크라이나군의 헬기형 드론 공격으로 폭격기가 ‘손상’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폭격기가 화염에 휩싸인 사진을 우크라이나 당국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해당 폭격기가 완전히 파괴됐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관련 사진들은 이미 지난 20일부터 온라인 공간에 퍼졌습니다.
■ 러시아 영토 깊은 곳
Tu-22는 냉전 시대 개발된 장거리 폭격기입니다. 최신 모델인 Tu-22M3은 폭탄 약 2만4천kg과 미사일을 탑재한 채 음속의 2배인 시속 2천300km로 비행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 데 활용돼 왔습니다.
Tu-22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코드명은 ‘백파이어’입니다.
러시아군은 Tu-22M3 약 60대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에 한 대가 완전히 파괴됐더라도 러시아 공군 전력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BBC는 분석했습니다. 공격 대상이 된 솔치2 공군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50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곳은 Tu-22M 폭격기의 주기지로 러시아 공군 제840 중폭격기 연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 모스크바 연일 드론 공습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50km 이상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도 이틀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22일) 모스크바 상공에서 드론 두 대를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모스크바의 주요 공항 4곳이 모두 일시 폐쇄됐습니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오늘 일찍 드론 두 대가 모스크바 지역에서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습니다.
한 대는 모스크바 서쪽에, 다른 한 대는 모스크바 북쪽의 위성 도시 크라스고르스크 근처에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드론 공격이 발생하자 모스크바 지역의 브누코보 공항, 셰레메티예보 공항, 도모데도보 공항, 주코프스키 공항 등 4개 공항이 모두 일시 폐쇄되고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됐습니다.
전날인 21일에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이 주택지역에 추락하면서 2명이 다쳤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힌 바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선 지난 17일과 18일에도 드론 공격이 벌어져 도심 건물이 파손되고 공항이 통제됐습니다.
시내 주요 시설물인 엑스포센터도 상당히 파손됐습니다.
■ 본토 공격 확대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공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말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사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며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미하일로 페드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과정에서 드론 공습이 더 자주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대폭 늘렸습니다.
공격에 사용된 드론 상당수가 러시아군에 의해 격추되는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비슷한 방식의 공격을 더 자주 실행하며 타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BBC는 러시아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올해 들어 러시아 영토가 드론 공격을 받은 사례가 최소 140건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공격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름반도(크림반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브랸스크와 벨고로드 지역, 수도 모스크바에 집중됐습니다.
러시아군의 비행장과 석유저장시설, 기타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모두 표적이 됐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