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스웨덴 32 번째 나토 동맹으로 환영"…튀르키예 반대 입장 전격 철회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제동을 걸어온 튀르키예가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입장을 철회하고 스웨덴의 가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지난 4월 새 회원국이 된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32번째로 나토에 합류하면서 유럽 안보 지형이 격변할 전망입니다.

이날(10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개최지인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 회담을 열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동의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새로운 ‘보안 협정’을 수립하는 추가 조치에 합의했습니다.

그밖에 스웨덴 내 반튀르키예 단체에 대한 지원 불가 입장도 재확인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회담을 마친 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합의 사실을 밝혔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 요청서를 튀르키예 의회에 보내기로 동의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에 교착 상태는 끝났습니다.

◼︎ 바이든 즉각 환영 메시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합의 발표 직후 “스웨덴을 우리의 32번째 나토 동맹으로 환영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이어서 “나는 유로-대서양 지역의 방위와 억지력 확대를 위해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개막일인 11일 오후 빌뉴스 현지에서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날 예정입니다.

◼︎ 스웨덴-튀르키예 갈등 요인 해소

튀르키예는 스웨덴 정부가 쿠르드노동자당(PPK) 등 반튀르키예 세력을 용인한다는 주장과 함께, 코란 소각 시위 등 반 이슬람 활동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아 왔습니다.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약 석달 만인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으나, 올해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된 핀란드와 달리 그동안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저지로 나토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나토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튀르키예를 포함한 기존 회원국의 모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헝가리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면 뒤따를 것이라고 앞서 공표했습니다.

◼︎ 실익 챙긴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오후까지만 해도 자국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조를 선결 조건으로 내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튀르키예의 결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맹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에 딴죽을 걸었다가 지도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입장을 바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협상 패턴이 재연됐다며 “이 전략은 뉴스 헤드라인을 독점하고 동맹국의 양보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해설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상당한 실익도 챙겼습니다.

스웨덴이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EU-튀르키예의 관세 동맹 개편, 비자 면제 조치 등을 돕기로 이날(10일) 회담에서 합의했다고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전했습니다.

◼︎ F-16 전투기 구매 승인 관측

또한 튀르키예는 군 현대화 작업에 미국의 지원을 받습니다.

이번 합의에서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튀르키예의 숙원이었던 200억달러 규모 미국산 F-16 전투기 구매 승인도 받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빌뉴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인도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아무런 제약도 부과하지 않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F-16 전투기 문제를 지렛대로 튀르키예와 스웨덴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는 10년이 넘은 F-16 전투기를 새롭게 교체하게 됩니다.

그러면 세계 12위 방산 수출국에 걸맞는 공군 전력을 갖추게 될 전망입니다.

튀르키예는 과거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고 이웃 국가인 그리스 영공을 침범해 영유권 분쟁을 벌여 미국의 전투기 판매 금지 대상에 올랐습니다.

11일 오후 열릴 바이든 대통령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F-16 전투기와 관련된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 의회는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 수출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밥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10일, 다음주에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판매 승인에 대해 부과한 보류의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튀르키예 역할 중요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방위를 적극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 무역·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을 통해 대러 제재에 참가하고 있는 대다수 나토 회원국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리비아와 시리아 등지에서 러시아의 군사 도발을 저지한 기록도 있습니다.

따라서 흑해에서 나토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튀르키예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지중해와 흑해 지역에서 나토 해상 작전을 지원했습니다.

최근에는 같은 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에 ‘베이락타르’ 드론을 판매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공군 장비가 노후화돼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 F-35는 물론, 십여년 넘게 F-16 전투기도 새로 들여가지 못했습니다.

F-35 프로그램 퇴출 전 이미 14억 달러를 지불해 100대 이상의 F-35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2012년 이후로는 신규 F-16을 재고에 추가하지 않아서입니다.

튀르키에는 이미 지불한 금액을 대가로 F-16을 요청해왔습니다.

◼︎ 중립국 속속 나토 합류

1814년부터 200년 넘게 중립 노선과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지켜온 스웨덴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유럽 안보 환경이 급변하자, 같은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두 나라가 모두 나토에 합류하게 됨으로써, 나토의 동진 저지를 명분으로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히려 나토의 추가 확장을 불러온 것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현황. 파란색 영역이 30개 기존 회원국. 붉은 글자로 쓴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규 가입에 관한 기존 회원국들의 의회 비준 절차가 최근 진행됐다. 핀란드는 이 과정을 마치고 지난 4월 공식 회원국이 됐으나,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가 남아 있다. 노란색 영역은 그 밖에 가입을 희망한 나라들.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도 이슈

한편 11~12일 진행되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되,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로 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사실상 나토 모든 회원국이 러시아와 전쟁을 수행하게 된다는 우려에 따른 것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빌뉴스에서 기자들에게 “나토는 동맹 가입을 타진한 우크라이나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만장일치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특정 워딩이 논의 중이라는 신호를 받았다”고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Adblock test (Why?)

Read Previous

故 팻 로버트슨 목사 아들, 리젠트대 새 총장 임명돼 : 국제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Read Next

‘대안노선 제시’ 文정부 용역업체, 野지지자들 항의에 홈피 마비

Don`t copy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