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대구 퀴어문화축제 과정에서 경찰과 행정당국이 충돌한 것을 두고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대구 경찰이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분이 왜 이러나”라고 맞받았다.
이날 오전 대구에서는 퀴어문화축제 준비 단계부터 경찰과 시 소속 공무원 간 충돌이 발생했다. 축제 주최 측이 행사 차량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시키려 하자 공무원 30~40여 명이 떼 지어 30여 분간 막아섰다. 경찰은 차량이 진입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을 도로 밖으로 이동시켰고,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홍 시장은 현장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불법 점거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 통행권을 제한했다”며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이 불법 도로 점거를 방조했다”며 “과연 이게 정당한지 안 한 지 가려보겠다. 아마 전국 최초로 있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내가 ‘도로 불법 점거는 막아야 한다’고 하니 되레 ‘집회 방해죄로 입건할 수도 있다’고 겁박하는 간 큰 대구경찰청장”이라며 “불법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 완전한 지방자치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을 내고 “홍 시장은 대구 경찰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며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분이 왜 이러는지 의문이다.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퀴어문화축제는 집시법에 따라 경찰이 보호해야 할 집회”라며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축제가 불법 도로 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구시와 중구는 도로법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에 따라 퀴어문화축제 행사 개최를 위한 도로 점용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주최 측이 부스나 무대 설치를 하지 못하도록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도로법 제74조 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는 도로관리청이 일부 경우에 한해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도로에 있는 적치물 등을 제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반복적, 상습적으로 허가를 받지 않고 도로를 점용하는 경우 ▲도로의 통행 및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행정대집행의 적법성 여부를 검토한 경찰은 집회의 자유 범위 내에 있는 집회는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고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은 무리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에 경찰은 오전 7시부터 축제 주최 측과 시·구청 및 퀴어 반대 측의 충돌 예방 및 교통 및 집회 관리를 위해 기동대 20개 중대 1300명과 교통 및 일반직원 200명 등 1500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시도 중구청 직원 5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행정대집행을 준비했다.
홍 시장 발언 이후 공무원들은 퇴거했고, 퀴어문화축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열리게 됐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