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전방위적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고위 관리가 오스트리아에서 회동했습니다.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주요 야권 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최고위급 관리들이 오스트리아에서 회동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했습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2월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더 경색된 가운데 이뤄진 양국의 사실상 첫 고위급 만남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두 사람의 회동 계획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고요?
기자) 네. 양국 정부는 두 사람의 회동이 끝난 11일까지 회담 사실을 함구했습니다. 백악관은 회담 후 간단한 보도문을 내고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위원이 빈에서 회동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제3국에서 회동한 것도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그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오스트리아의 한 관리는 회담이 열리기 바로 며칠 전에 양국의 회담 장소로 빈이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해 미국과 중국이 조용하고 신중하게 이번 회담을 준비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중 외교안보 라인의 최고위급 인사들인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위원이 이틀 동안 빈에서 만났는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기자) 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틀에 걸쳐 약 8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백악관은 보도문에서 양측이 미∙중 핵심 현안과 세계∙역내 안보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타이완 문제 등에 관해 진솔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양국 간에 핵심 현안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지금 미국과 중국 간에는 안보, 무역, 기술 탈취, 타이완, 남중국해 등 갈등 요소가 되고 있는 게 한두 개가 아닌데요. 두 사람은 양국의 관계 경색을 다시 불러온 정찰풍선 사건과 중국에 구금돼 있는 미국인들의 석방 문제, 미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문제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관리들은 정찰풍선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 모두 해당 사건이 양국의 대화 채널을 ‘잠깐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온 ‘불행’한 사건이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려던 계획도 취소됐죠?
기자) 맞습니다. 당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월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의 후속 조처였는데요. 하지만 방중 직전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에 출현하면서 블링컨 장관은 방중 계획을 전격 취소했었습니다.
진행자)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두 나라가 신중하게 소통을 재개하고 나선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은 보도문에서 이번 회동은 개방된 소통 라인을 유지하고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측은 지난해 11월 두 정상의 약속을 바탕으로, 이러한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중요한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이번 회동에 관해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주미중국대사관은 11일 성명을 내고 “양측이 미∙중 관계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왕 위원이 타이완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설리번 보좌관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왕이 위원과 설리번 보좌관은 전략적인 대화 채널을 계속 잘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외교부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편으로는 중국을 계속 억압하고 억제하면서 또 한편으로 소통하자고 계속 요구할 수는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왕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중국의 레드라인을 존중하며, 중국의 주권,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양국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다시 올려놓기 위해 함께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동을 계기로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을까요?
기자) 이번 회동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등으로 발전할지는 미지수인데요. 하지만 최근 백악관은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을 다시 조정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주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도 언젠가 베이징을 방문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진행자) 이번 주 양국 간에 다른 고위급 접촉도 있었죠?
기자) 네.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니콜라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 대사가 베이징에서 회동했습니다. 또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달 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3개월 전과는 다른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튀르키예로 가봅니다. 튀르키예에서 곧 선거가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튀르키예가 14일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를 치릅니다. 이번 대선은 튀르키예 역사의 분수령이 될 만큼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평가를 받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이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드로안 대통령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후보로 다시 나서고 있는데요. 이미 20년 넘게 장기 집권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튀르키예 헌법에 따라 30년 집권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제 대통령직에 올랐죠?
기자) 지난 2014년입니다. 하지만 의원내각제 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동안 총리로 집권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69살입니다.
진행자) 야권에서는 누가 출마했습니까?
기자)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로, 주요 야당이 연합해 밀고 있는 후보입니다. 또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 등도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하지만 이번 대선은 사실상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간 양강 구도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제 후보가 선거를 사흘 앞두고 전격 사퇴했습니다.
진행자) 왜 사퇴한 건가요?
기자) 네. 인제 후보는 11일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조국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인제 대표는 원래는 공화인민당 소속이었는데 탈당하고 조국당을 만들어 후보로 나섰는데요. 야권표를 분산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야당 후보의 사퇴가 어떤 변수가 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인제 후보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 이어 야권에서는 두 번째로 지지를 많이 받은 인물인데요. 인제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인제 후보를 지지하던 표심이 클르츠다로울루 후보에게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야권표 분산을 노린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일련의 여론 조사를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이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일 여론 조사 기관 ‘콘다’ 발표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43.7%로, 49.3%를 얻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5.6%P 뒤처졌습니다.
진행자) 튀르키예도 결선 투표를 치르죠?
기자) 네. 1차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28일 1, 2위 후보 간에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합니다. 만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14일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 결선 투표 없이 그대로 당선이 확정됩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이유,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집권 초반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튀르키예 국민들의 지지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물가, 인플레이션과 리라화 가치 폭락 등으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민심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2월 남부를 강타한 대지진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