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7일 서울 도심 곳곳에선 찬반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 비상단계 중 가장 높은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숙소 인근에 장갑차를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의기억연대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일역사평화행동 회원 5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한일 정상회담 규탄시위를 진행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일본 정부는 불법 식민지배를 사죄하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 및 배상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철회 등을 주장했다.
이에 앞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 3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낮 12시 역시 전쟁기념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역사 왜곡과 책임 부정으로 일관하는 기시다 정권에 면죄부를 주는 굴종 외교”라고 비판했다. 또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에 대해서도 “과거사 문제를 졸속으로 처리하고, 한국을 중국과의 대결에 동원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단체들은 집회를 열고 “12년 만에 이뤄진 셔틀외교의 복원을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미일동맹강화국민운동본부, 신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 회원 7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1시경 역시 전쟁박물관 정문에서 한미일 국기를 흔들며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환영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진보 단체를 향해 “반일팔이를 중단하라”라고 외치며 서로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두 단체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보수 단체 회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찬이 예정된 관저 인근 한남초등학교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기시다 총리를 A등급 경호 대상으로 지정하고 서울 관할 경찰서에 경비 비상단계 중 가장 높은 ‘갑호비상’을 발령했다. 또 용산 대통령실과 전쟁기념관 인근에 경찰 기동대 20개 중대, 약 1400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달 일본 와카야마현에서 기시다 총리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이뤄진 것까지 감안해 숙소 주변에는 장갑차를 배치했다. 경찰은 방한이 끝나는 내일까지 기시다 총리 일행에게 국빈에게 제공되는 최고 등급의 경호를 제공할 방침이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