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크렘린궁이 발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미국이 기획하고 조종했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4일 주장했습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4일) 전화회견에서 해당 사건에 관한 질문에 “공격 배후에 분명 미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런 테러 행위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미국이 내리는 것을 알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이(미국의 결정)를 실행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때때로 미국이 직접 목표물까지 지정하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것을 안다는 것을 미국은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크렘린궁은 전날(3일) 긴급 성명을 통해 공격용 드론 2대가 2일 밤 푸틴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크렘린궁을 공격했다고 발표한 뒤, 우크라이나를 공격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배후로 지목한 대상이 하루만에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바뀐 것입니다.
■ “다양한 보복 옵션 고려”
페스코프 대변인은 4일 전화회견에서 관련 당국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시급한 조사가 철저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후로 지목한 미국을 향해 어떤 수단으로 보복할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보복 방안에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대응에는 러시아 국익에 부합하는 신중하고 균형 잡힌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백악관 “완전한 거짓말“
미국은 크렘린 측의 이같은 발언을 즉각 반박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4일) CNN 인터뷰에서, 크렘린 측이 “완전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지도 못한다면서,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미국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지도자 개인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지도, 부추기지도, 지원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지도자 개인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지않더라도, 전쟁 상황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법적으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그것에 관해 법적인 문제를 논하는 게 유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다만 “푸틴 씨(Mr. Putin)는 침략자”라면서 “전쟁과 이 모든 것을 끝내려 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를 철수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사건 조작설 증폭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 자체를 러시아 당국이 꾸며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사건 발표 당일(3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내로 끌어들이고 더 광범위한 사회적 동원을 위한 조건을 조성하려고 이번 공격을 (스스로)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ISW는 그 근거로 “러시아 당국은 최근 모스크바를 포함한 국내 방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며, 따라서 드론 2대가 여러 겹의 방공망을 뚫고 크렘린궁 심장부 상공에서 폭발하거나 격추됐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이날(3일)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는 ‘크렘린 드론 공격’ 영상이 조작된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