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크름반도(크림반도) 북부에서 발생한 폭발로 철도 수송 중이던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파괴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크름반도 북부의 잔코이 시에서 발생한 폭발로 러시아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여러 발이 철도로 수송 중 대파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름반도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했습니다.
이날 밤 잔코이 시내에서는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으로 여러차례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러시아 측은 잔코이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 공격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그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피해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측 인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크름)공화국’ 행정부 수반은 “방공시스템이 가동됐으나 30대 남성 1명이 부상 당하고, 공공시설 다수와 전력망이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레그 크류치코프 ‘크림(크름)공화국’ 수반 고문은 “드론 1대가 잔코이 기술학교 상공에서 격추돼 학교와 기숙사 건물 사이에 떨어졌다”고 설명하면서 “주변에는 어떤 군사시설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리 주민들이 러시아를 선택한 것에 복수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시진핑 러시아 국빈방문 시작 당일
이날 폭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반도를 방문한지 며칠 만에 발생해 주목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직접 차를 몰아 크름반도 서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일정은 크름반도 병합 9주년을 맞아 이뤄진 것이라고 러시아 매체들이 해설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곧이어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마리우폴을 찾았습니다.
또한 이번 공격이 일어난 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흘간의 러시아 국빈방문을 위해 모스크바에 도착해, 푸틴 대통령과 비공식 정상회담을 진행한 시점입니다.
■ ‘크름반도 탈환 목표’ 공식 선언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20일) 공격을 자신들이 벌였다고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이 같은 폭발로 러시아의 무장 해제 과정을 지속하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해방을 준비한다”면서 “해방은 곧 이뤄질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작년 여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름반도를 이번 전쟁을 통해 되찾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크름 플랫폼’ 개회사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의) 모든 것은 크름반도에서 시작됐고 크름반도에서 끝날 것”이라며 “우리 영토인 크름반도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크름반도 수복이 세계 법과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인 크름반도는 러시아가 무력을 파견한 뒤 주민투표 형식을 빌려 병합했지만, 국제사회는 이같은 과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아있습니다.
■ 러시아군 핵심 무기 ‘칼리브르’
이번에 다수 파괴된 것으로 알려진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은 러시아 흑해 함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과 같은 등급으로 평가받습니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의 핵심 무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대 사거리는 약 2천500km에 달하고, 잠수함에서 발사되면 해저 50m에서도 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군은 앞서 칼리브르를 사용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과 민간 시설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지난달 16일과 18일에도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쪽으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각각 8발과 4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달 초에는 러시아군이 한반도 동해에서 칼리브르 발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해군은 지난달, 러시아 측ㅇ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다목적 함정 2척을 포함해 해군 함정 총 10척을 흑해에서 운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조우해(아조프해)에도 1척이 배치됐다고 덧붙였습니다.
■ 기시다 일본 총리 우크라이나 방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도착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연대와 흔들리지 않는 지원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이날(20일) 전했습니다.
또 이번 방문은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개최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을 협의해, 법에 의한 국제 질서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보안을 위해 이번 일정을 사전 공지하지 않고, 앞서 방문했던 인도에서 귀국 일정을 변경한 뒤 폴란드를 경유해 우크라이나로 들어갔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가 22일 폴란드로 복귀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에 55억 달러 지원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