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2022년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낮,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이날 공항에는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등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들이 나와 시 주석을 영접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이 도착 첫날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습니까?
기자) 네. 시 주석은 바로 크렘린궁으로 가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고요. 약 4시간 반에 걸친 비공개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회담은 비공식 성격의 회담이고요. 시 주석 방문 이틀째인 21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데요. 양국 간 현안과 국제 정세 등 광범위한 의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두 사람이 직접 대면한 게 얼마 만인 거죠?
기자) 약 반 년 만입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래 첫 방문이고요. 이달 초 3기 집권을 시작한 이래 첫 공식 외교 일정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만큼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두 사람이 20일에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중국이 최근 수십 년간 이룩한 경제 성장과 시 주석의 영도력에 대한 덕담을 전했습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제안을 내놓은 바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중국 정부는 주권 존중과 적대 행위 중단, 핵 사용 금지 등 12개 항으로 이뤄진 이른바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발표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제안을 존중하며 주의 깊게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중국은 대부분의 국제 문제에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우크라이나 현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물론 시진핑 주석 자신도 이번 러시아 방문을 ‘우정과 협력, 평화의 여정’으로 묘사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미국에 맞서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다시 방문하게 돼 기쁘다면서 러시아는 중국 국가주석으로 다시 선출된 후 처음 방문하는 나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포괄적,전략적 협력의 파트너라고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푸틴 대통령의 지도하에 러시아가 큰 국가 성장을 이뤘다고 덕담을 건네며, 내년 대선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을 또 선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그간 외국 정상들이나 자국 고위 관리들과 회담할 때 아주 긴 탁자를 놓고 멀리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요. 이번에는 어땠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이번에는 작은 사각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앉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모스크바를 찾은 다른 해외 정상들과 5m에 달하는 긴 테이블 양 끝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회의적이고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에게 민간 시설 공습과 전범 행위 등을 즉각 중단하고 러시아군의 철수를 촉구하길 기대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But we are concerned that, instead, China will reiterate calls for a ceasefire that leaves Russian forces inside Ukraine sovereign territory…”
기자) 미국 정부는 중국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안에 러시아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로 휴전을 촉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다루지 않은 휴전은 러시아의 불법적인 점령을 승인하게 되며, 러시아가 그들에게 보다 유리한 시기에 또다시 전쟁을 재개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더불어 국제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다시 들어 보시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the world should not be fooled by any tactical move by Russia, aided by China or any other country, to freeze the war on its terms without any viable pathway to restore Ukraine’s sovereignty and territorial integrity…”
기자)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 없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 이대로 전쟁을 동결하려는 러시아의 전술적 움직임에 결코 속아서는 안 된다고 커비 조정관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 가운데서는 가장 늦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건데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맞춰 우크라이나를 사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은 기시다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와 인내에 경의를 표하고 G7 올해 의장국으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변함없는 연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연례 인권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국무부가 20일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국무부는 지난 1997년부터 매년, 전 세계 198개 국가와 지역의 인권 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해왔는데요. 이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외교와 경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정책을 수립할 때 근거 자료로 사용됩니다.
진행자) 국가별로 다루니까 양이 상당히 방대할 텐데요. 주요 국가 관련 내용을 살펴볼까요?
기자) 네. 먼저 러시아 부분을 살펴보면요.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즉결 처형, 고문, 강간,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민간인 기반 시설을 공습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포함해 민간인이 러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된 사례들도 적시했는데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0일 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신랄히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의 발언 내용, 좀 더 자세히 들어보죠.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중국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수많은 전쟁 범죄와 만행에 대해 러시아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비판하는 대신 러시아가 계속 그런 만행을 자행할 수 있도록 ‘외교적 은닉’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보고서는 신장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임의적 구금, 신체적 자유 박탈, 강제 불임, 강제 낙태, 강간, 종교와 신앙의 자유 탄압, 강제 노동, 표현과 이동의 자유 제한 등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 내 일부 무슬림 복역자 또는 파룬궁 수련자들에게서 장기를 적출하고 있다고 일부 인권 단체와 운동가들이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진행자)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란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씨 사망 이래 불거진 반정부 시위를 이란 정부가 광범위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점, 또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들에 대한 억압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법 절차를 밟지 않고 진행되는 당국의 살해 행위와 표현의 자유 제약 등이 언급됐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관련 내용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미얀마에서는 지난 2021년 2월 쿠데타로 군사 정권이 집권한 이래 2천900명 이상 사망하고 1만7천 명 이상 구금돼 있으며, 군사 정부가 통제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에 대해서는 종교적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위협, 임의 체포, 수형 실태 등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네. 북한에서는 여전히 살인과 고문, 인신매매 등 인권유린 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며, 모든 수준에서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효과적인 조사 체계가 없으며,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명예훼손죄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또 군대 내 동성애 처벌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