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미 6개 은행 신용등급 하향 검토…'환경 파괴' 논란 알래스카 유전 개발 승인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으로 인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일부 미국 중소은행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에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 정부가 환경 파괴 논란 속에 알래스카 대형 유전 개발 사업을 승인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중소은행 연쇄 파산 여파가 확산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0일 캘리포니아주에 거점을 둔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12일, 뉴욕에 소재한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되면서 미국 금융권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일부 중소은행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에 나섰습니다. 무디스는 13일, 6개 은행을 신용등급 강등 검토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진행자) 무디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 중인 은행이 어딥니까?

기자)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과 자이온스 뱅코퍼레이션,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UMB 파이낸셜, 인트러스트 파이낸셜 등 지역 은행 6개입니다.

진행자) 무디스가 왜 이들 은행에 대한 신용 등급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걸까요?

기자) 해당 은행들이 이미 파산한 은행들처럼 자본 상태가 위태로운 건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경우 파산한 SVB처럼 벤처 기업 자금을 많이 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SVB 파산 소식에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퍼스트리퍼브릭 은행의 예금 기반이 현저하게 약화되어 자산 매각을 촉발하고, 시장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미 파산한 은행 등급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무디스는 이미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junk) 수준인 ‘C’로 매기고, 향후 등급 전망도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은행 파산 사태로 인한 파장이 금융권으로 퍼지고 있는데, 일반 은행 고객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3일, SVB 지점마다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금융기관의 부실성에 대한 우려로 대량 예금인출 사태, 이른바 ‘뱅크런’이 나타나자 당국은 SVB를 지난 10일 폐쇄했는데요. 12일 밤, 재무부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 파산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 보증 한도를 넘는 예금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고요. SVB 예금자들이 13일, 자신의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국은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자들에게도 전액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부도 사태의 파장이 국제 금융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의 금융 주가가 13일 급락했습니다. 미국 당국이 예금주에 대한 자산 보호 등 긴급 해결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투자자들이 아직 안심하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금융 주가지수와 MSCI 신흥국 금융 주가지수에 포함된 주식의 시가총액은 지난 10일에서 13일까지 총 4천650억 달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파장이 커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죠?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여러분의 예금은 여러분이 필요로 할 때 거기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납세자들이 어떤 손실도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은행의 관리자들이 해고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파산한 두 은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완전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연설까지 했는데 미국 금융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여전히 불안한 모습입니다. 13일 미국 주요 은행들의 시가총액이 900억 달러가 증발하는 등 지난 사흘간 총 1천900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 가치가 사라졌는데요.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국내 최대 은행들도 13일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매도세가 그렇게 급격하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또 주목받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은행 파산 사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요. 1년 사이 금리는 0.00%~0.25%에서 4.5%~4.75%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사들인 미국 국채 가치가 떨어진 건데요. FDIC는 지난해 말, 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 은행들의 자산 손실액이 6천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연준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연준이 파산한 은행에 대한 감독과 규제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관한 평가에 들어갑니다. 연준 이사회는 13일 성명을 내고 마이클 바 금융감독 부의장이 이 작업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바 부의장은 “우리가 어떻게 이 회사(SVB)를 감독하고 규제했는지, 그리고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겸허하고 신중하고 철저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준은 SVB 관련 규제·감독에 대한 평가 결과를 오는 5월 1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알래스카주 북부에서 석유기업 코노코필립스가 추진 중인 ‘윌로우 프로젝트’ 유전 개발 현장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알래스카주의 대형 유전 개발 사업을 승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많은 논란이 일었던 알래스카의 유전 개발 사업, 이른바 ‘윌로우 프로젝트’에 대해 13일 공식 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윌로우 프로젝트는 석유기업 코노코필립스가 추진하는 유전사업인데요. 이번 정부의 승인으로 향후 30년간 약 6억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해당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어떤 논란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해당 사업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 2020년에 승인 났는데요. 하지만 환경 영향 평가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2021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윌로우 프로젝트 지역은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A)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이후 미국 토지관리국은 새로운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해, 당초 5곳으로 계획된 시추 시설을 3곳으로 줄인, 덜 집약적인 시추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고요. 13일 정부가 이에 대한 최종 승인을 내린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당초 계획보다는 규모가 줄어든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코노코필립스는 원래 5개 시추지역에서 약 250개 유정 개발을 요청했는데요. 3개 지역만 허용하면서 총 219개의 유정에서 시추가 가능해 졌습니다. 그래도 이번 결정은 코노코필립스에 유리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래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입장 아닙니까? 이때까지 정책을 봐도 친환경 에너지에 적극 투자하고 있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기간, 오는 2050년까지 미국 경제를 ‘탈탄소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연방 부지에서의 석유와 가스 시추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 생산을 증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고요. 결국 유전 사업을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겁니다.

진행자)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알래스카주 당국과 석유 산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알래스카 당국자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수백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와 연방 재정에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알래스카주를 대표하는 민주당 소속의 메리 펠톨라 하원의원은 “알래스카 주민들의 의견이 경청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알래스카주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하는 부담을 질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환경 단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정부의 시추 승인은 기후 변화에 맞서 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력과 충돌한다고 반대하며 ‘윌로우 중단(#stopwillow)’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터넷 반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환경 단체 ‘푸드&워터왓치’의 웨노나 헌터 씨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약탈하고 오염시키는 것을 계속 허용한다면, 청정에너지 개발 추진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정부가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A)과 관련한 새로운 보호 조처를 또 내놓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전날인 12일, NPRA 인근 북극해의 약 300만 에이커에 대해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부지 임대를 ‘무기한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또 NPRA 내 1천300만 에이커는 야생 동물 보호 등을 위한 ‘생태학적 민감한’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시추 등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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