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비위, 총리실이 수집하고 대통령실이 검증


2급이상 고위공직자 감찰 강화

대통령실에 감찰조사팀 신설

민정실 폐지후 약화된 기능 보강

용산 대통령 집무실 전경. 동아일보DB용산 대통령 집무실 전경. 동아일보DB

정부가 2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비위 첩보 수집을 국무총리실이, 이에 대한 조사 검증을 대통령실에 신설되는 공직자 감찰조사팀이 맡도록 고위공직자 감찰을 이원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2년 차에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강화하려는 대통령실이 총리실의 비위 첩보를 바탕으로 직접 고위공직자 감찰을 위한 검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폐지한 뒤 공직사회 감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고 일부 기능을 강화해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신설되는 공직자 감찰조사팀은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비위 조사에 무게를 둘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신설된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감찰조사팀이 비위 첩보 수집을 맡는 방향이다. 첩보 수집과 조사 검증을 분리해 객관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감찰 시스템 전반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감찰조사팀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에서 파견된 5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이 구조적 부패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민정수석실 폐지 뒤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고위공무원 감찰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부 출범 뒤 고위직 감찰을 담당할 인원이 크게 부족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민정수석실 폐지로 변화한 환경에 맞춰 일부 기능과 인력을 보강해 나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정실 폐지로 감찰 인원 부족… 대통령실, 팀 신설해 인력 보강

감찰조사팀 신설




첩보수집-조사 기능 분리 운영
여권선 “고위직 감찰 신호탄” 해석
“민정수석실 부활 아니냐” 지적도

“그동안 (고위공직자 감찰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 자체가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 내 감찰 인력과 기능을 보강해 고위공직자 비위 첩보 수집은 총리실이, 이에 대한 조사 검증은 대통령실이 직접 하는 공직 감찰의 이원화를 추진하는 데 대해 8일 “공직 기강 확립 차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부터 공직기강비서관실 인력과 기능 보강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공약으로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폐지하면서 공직 감찰 인원이 줄어들고 다른 부처로 분산돼 한계가 있었던 고위직 감찰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공직기강비서관실 산하에 신설되는 공직자 감찰조사팀이 총리실이 수집한 비위 첩보를 조사 검증한다는 점에서 집권 2년 차를 맞은 대통령실이 공직 사회 기강 잡기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여권에서도 감찰 기능 강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 여권 “고위직 감찰 신호탄”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의 공직복무관리관실에는 기존 1∼5팀에 더해 감찰팀 1개팀(일명 6팀)이 추가로 신설되고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직업 공무원 중심으로 꾸려지는 6팀은 10명 안팎으로 고위공직자 비위 첩보 수집과 조사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공직기강비서관실 아래에 별도의 감찰조사팀을 꾸려 고위공직자 감찰 기능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 내 감찰조사팀 인력은 첩보 수집과는 거리를 두고 필요한 검증 조사를 진행하는 쪽에 일단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무소불위’로도 불렸던 옛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첩보 수집과 조사권을 동시에 갖고 있다가 정권 후반기에 권한 남용 및 사찰 논란으로 귀결됐던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비위 첩보 수집과 조사 기능을 분리한 것은 사찰 논란과 민정수석실 부활 논란과도 선을 긋겠다는 고심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정보 수집과 수사 기능을 분리한 검찰의 첩보 수집 및 수사 모델과 비슷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여권 내부는 대통령실에 공직자 감찰조사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는 데 대해 “약화됐던 고위직 감찰 기능 강화를 보여주는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과 정부 공공기관장 등에 대한 감찰은 과거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실에서 이뤄졌다”며 “민정수석실 특감반 폐지 뒤 인력 보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찰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 “국정과제 이행 강화” 공직사회 긴장

이 같은 고위공직자 감찰 시스템 정비로 공직 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내부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여권에서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군의 대응을 비롯해 전반적인 공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또 집권 2년 차를 맞았는데도 부처와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들이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원전’ 등 전(前) 정부 핵심 공약에 관련된 부처일수록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에 소극적이었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기존 부처 자체 감찰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특히 국정 철학을 달리하는 전 정부 출신 인사들이 각 부처에서 여전히 주요 직(職)을 차지하고 있어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감찰 기능 강화는 공직사회의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투영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공직자 감찰조사팀이 직접 비위 조사 검증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를 ‘민정수석실의 부활’로 연관 짓는 시선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온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없앴는데, 민정 라인의 핵심 기능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능과 맥락이 다르다. 민정수석의 부활로 연결 짓는 건 과도하다”고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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