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특히 매매건수가 크게 줄면서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단절’ 수준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수입원인 취득세 수입이 올해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부동산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9조 원 이상 감소한 것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매월 발행하는 ‘부동산시장 동향’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보고서 ‘2023년 취득세 세입 전망’을 게재했다. 지방세연구원은 전국의 243개 지자체가 출연해 운영하는 공동연구기관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특수법인이다.
● “부동산 거래절벽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21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의 가격급등은 저물가, 저금리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물가 고금리 환경으로 바뀌면 자산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함에 따라 토지보다는 건물과 주택에서 거래 감소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주택거래량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주택매매건수는 3만9600건으로 전월(5만304건)보다 21.3% 줄었고, 작년 같은 기간(8만8937건)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1월부터 7월까지 누적물량 기준으로도 올해는 34만98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만8260건) 대비 46.0% 감소했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등했다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기름값도 내년에 다시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큰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한은도 소비자 물가를 올 하반기 5.9%, 내년 상반기 4.6%, 내년 하반기 2.9%로 예측하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지방세연구원은 “이러한 기준금리 인상 추세는 2023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이에 따른 부동산 거래 침체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내년 취득세 수입 2021년 대비 9조4000억 원 감소”
이러한 거래 침체는 취득세 수입에 상당한 수준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 세수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1%로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 취득 유형별로는 매매거래가 75%나 된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부동산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5%를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거래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여기에 올해 7월부터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는 것도 어려움을 키우는 요인이다. 3단계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총대출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2금융권은 50%)를 넘으면 추가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6월까지는 규제 대상이 총 대출액 ‘2억 원 초과’였는데, ‘1억 원 초과’로 낮아진 것이다. 그만큼 주택 구매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방세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 극심한 거래절벽 이후 하반기에 소폭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고점 대비 평균 17%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세수 감소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변수들을 고려한 내년 취득세 수입액은 24조39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올해 취득세 수입 추정치(30조3130억 원)의 8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33조8170억 원)와 비교하면 27.9%(9조42700억)가 줄어든 규모다.
● 충남 전남 등 취득세 수입 30% 넘게 줄어들 듯
지역별로 보면 최근 거래가 활발했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이다. 취득세 수입액이 2021년엔 790억 원에서 올해 881억 원으로 늘어나지만 내년에는 580억 원 수준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충남도 지난해 1204억 원에서 올해 1154억 원으로 소폭 감소하지만 내년에는 770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대비 36%가 줄어든 셈이다.
최근 거래 침체와 함께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 세종시도 2021년 334억 원에서 올해 233억 원으로 크게 줄고,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비슷한 수준의 취득세 수입(23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이밖에 부산(2021년·1946억 원→2023년·1320억 원) 인천(2331억 원→1610억 원) 대전(674억 원→460억 원) 등은 내년 취득세 수입이 2021년과 비교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세연구원은 이와 관련 “앞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상황을 고려하며 부동산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내년도 세입예산 편성을 앞두고 있는 지자체가 보수적으로 세입예측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